토사 순식간에 주택지 덮쳐…주민 "폭격과 같은 소리 났다"
장마전선 정체로 이틀 동안 최대 400~500㎜ 폭우 쏟아져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간토(關東·수도권)와 도카이(東海) 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진 기록적 폭우로 시즈오카(靜岡)현에서 3일 산사태가 발생해 약 20명이 실종됐다.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시즈오카현 아타미(熱海)시 이즈산(伊豆山)에서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10채 이상이 떠내려가면서 20명 정도가 행방불명됐다.
경찰과 소방대, 자위대가 구조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실종자로 추정되는 2명이 심폐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산사태로 긴급 대피한 주민은 약 180명이며, 피해 주택은 100~300채에 달한다.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는 2명이다.
피해 지역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요미우리신문에 "폭격과 같은 소리가 났다"고 산사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본 네티즌들이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보면 산사태로 발생한 토사가 주거지역을 순식간에 덮쳤다.
아타미시는 연안 지역으로 토사는 주택과 버스, 승용차 등을 집어 삼기며 수백m 앞 항구까지 도달했다. 심폐정지 상태의 2명은 항구에서 발견됐다.
일본에선 활발해진 장마 전선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10시까지 이틀 동안 시즈오카현과 가나가와(神奈川)현, 지바(千葉)현 등 태평양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400~500㎜의 폭우가 쏟아졌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산사태가 발생 지역의 관측 지점에선 최근 48시간 동안 320㎜가 넘는 비가 내려 1976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7월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시즈오카현 모리마치(森町)에는 이날 오전 6시 5분까지 24시간 동안 340㎜의 강수량을 기록해 기상 관측 사상 하루 최대를 기록했다.
7월 강수량으론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시즈오카현 하라쓰카(平塚)시에선 가나메카와(金目川) 등 시내를 흐르는 6개 하천이 범람할 위험이 커져 주변 주민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긴급안전확보'가 발령됐다.
긴급안전확보는 일본 정부가 올해 5월부터 변경한 5단계의 재해 경계 수위 중 가장 높다. 긴급안전확보 발령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사태 피해 지역인 아타미시에는 3단계 '피난 준비·고령자 등 비난 개시'가 발령됐다가 산사태 후 5단계 긴급안전확보로 상향 조정됐다.
가와카쓰 헤이타(川勝平太) 시즈오카현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뒤늦은 경계 수위 상향에 대해 "결과적으로 (잘못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와카쓰 지사는 산사태 원인에 대해서는 "폭우가 오래 지속된 것과 지반이 약해진 것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쳤다"고 설명했다.
장마전선이 태평양 연안에 정체되면서 폭우가 쏟아지자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를 오가는 도카이 신칸센의 운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5시 폭우 피해 대책을 논의하는 관계 각료 회의를 총리관저에서 개최했다.
회의를 주재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추가로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최대한 경계할 것을 관계 각료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피해 상황 파악과 응급 대책에 전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스가 총리는 또한 지자체의 피난 정보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 신속히 생명을 지키는 행동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정부는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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