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권 생보사도 '적자 수렁' 실손 기피"…"과도한 심사" 지적도
삼성화재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문턱 높여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생명보험업계에 실손의료비보장보험(실손보험) 판매 중단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형 생명보험사마저 최근 실손보험 가입 요건을 극도로 까다롭게 운영, 사실상 판매를 기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실손보험 가입을 문의하는 소비자에게 '최근 2년 내에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가입할 수 없다'며 거절하고 있다.
소비자가 수술이나 입원, 만성질환이 아니라 단순 감기몸살이나 소화불량, 가벼운 외상으로 외래 진료를 받았다고 해도 "가입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교보생명과 함께 생명보험업계 2위권인 한화생명도 2년 내 병원 진료 이력이 있는 경우에 대해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실손보험의 심각한 적자 탓에 최근 가입 조건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심사 조건을 두고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사실상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년 내 1회 외래진료만으로도 가입을 거절한다는 것은 실손보험을 안 팔아도 그만이라는 뜻"이라며 '과도한 심사'라고 반응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로서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4세대 실손을 출시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신규 계약을 기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7개 생명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했고 올해 3월 미래에셋생명[085620]에 이어 이달 4세대 실손 출시를 앞두고 동양생명[082640]과 ABL생명도 판매를 중단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그러나 "병원을 거의 안 가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다"며 실손보험 판매 중단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 갈수록 문턱 높아지는 실손보험
교보생명과 한화생명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도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5∼6월에 가입 문턱을 대폭 높였다.
삼성화재는 최근 2년간 진단, 수술, 입원, 장해, 실손 등 명목으로 받은 보험금이 모든 보험사를 합쳐 50만원을 초과한다면 이달부터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 지난달까지는 2년간 보험금 수령액 100만원 이하라면 가입할 수 있었지만 기준 금액이 절반으로 축소된 것이다.
삼성생명도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수령액 100만원을 넘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조건을 최근 심사 기준에 추가했다.
이밖에도 전문가의 방문 검사·심사를 받아야 하는 연령대도 종전 60대에서 50대로 낮아지는 추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실손보험에) 가능한 한 건강하면서도 의료기관 이용을 안 하는 사람만 골라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기존 1·2세대 실손보험 상품의 손실이 워낙 크다 보니 신규 가입자는 점점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받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4세대 출시나 기존 상품 가입자의 전환 일정이 부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인터넷 채널에서 '개정 작업'을 이유로 19일까지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한화생명도 온라인 채널 판매는 20일께 재개할 예정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 NH농협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은 이달 중이나 다음달부터 기존 1∼3세대에서 4세대로 '갈아타기'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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