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혐의 모두 상당한 근거 있다"며 최종 결정까지 '계속 구금' 명령
'공소시효 지나 송환불가' 주장에는 "국무장관이 판단"…송환까지 오래 걸릴듯
(뉴욕·서울=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이재영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2014년 사망)의 차남 유혁기(49)씨를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다고 미국 법원이 판단했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나 송환 대상이 아니라는 유씨 측 주장에 대해서는 미 국무부로 최종 결정을 넘겼다.
3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입수한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의 전날 결정문에 따르면 주디스 매카시 연방치안판사는 유씨가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른 송환 대상자라는 점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유씨에 대한 한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상당한 근거'를 보여줬으며, 관련된 필요조건을 만족한다고 판단했다.
매카시 판사는 결정문에서 "제출된 증거들은 유씨에 대한 혐의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며 횡령 등 유씨의 7개 혐의 전부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지배주주로서 허위 상표권 계약 또는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총 29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으나 신병 미확보로 기소중지 상태다.
유씨 측은 제기된 범죄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송환 대상이 아니라고 맞섰으나, 법원은 이 문제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며 미 국무장관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매카시 판사는 "치안판사에게는 공소시효 문제를 근거로 범죄인 인도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 인도를 거부할 권한은 오직 국무장관에게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법을 근거로 한국이 자국 시민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기회를 막을 경우 그 정치적 파장을 가장 잘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국무장관"이라고 설명했다.
매카시 판사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최종 판단을 내릴 때까지 유씨를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관실(USMS)에 계속 구금할 것을 명령했다.
미 법무부가 한국 정부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여 유씨의 범죄인 인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사실과 한미 간 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블링컨 장관이 송환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작아보인다.
그러나 유씨를 언제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에서 범죄인 인도 결정은 항소가 불가능한 단심 재판이지만, 범죄인 인도 대상자에게 인신보호청원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위법적인 구금을 막기 위해 영미법계 국가들이 채택한 이 제도에 따라 인신보호청원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범죄인 인도 절차가 유예된다. 인신보호청원이 기각되더라도 항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실제로 유씨를 변호한 검찰 출신 거물 변호사 폴 셰흐트먼은 로이터통신에 "법원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항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 결정 자체는 항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신보호청원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故) 유병언 회장의 2남 2녀 중 한국 검찰이 유일하게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유씨는 부친의 뒤를 이어 계열사 경영을 주도해 사실상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미국 영주권자인 유씨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한국 검찰의 3차례 출석 요구에도 귀국을 거부해 범죄인 인도 청구 대상이 됐고, 지난해 7월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자택에서 도피 6년만에 체포됐다.
jylee24@yna.co.kr,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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