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이어지며 성과급 수준 놓고 노사 갈등 ↑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미국에서 사상 최다 판매를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 고공 행진 중인 현대차[005380]가 올해 2분기 호실적을 예고했다.
미국 등 해외 시장의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며 당초 우려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잘 버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정작 이로 인해 노사 갈등은 증폭되는 모습이다.
5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2개월간 보고서를 낸 증권사 8곳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조7천96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4.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2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29조2천64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3.88% 증가할 전망이다.
작년 2분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반토막(5천903억원) 났다.
올해는 코로나19 기저효과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 회복세가 더해지며 작년 같은 기간의 판매량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의 경우 반도체 부족 등의 여파로 현대차의 내수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18.3% 줄었으나 해외 판매는 26.5% 증가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제네시스가 4천54대 팔리며 월간 최다 판매를 기록하는 등 현대차의 판매(7만6천519대)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4% 늘었다. 현대차는 상반기 기준으로 미국 시장에서 42만6천433대를 팔며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5월을 기점으로 조금씩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려를 안고 시작한 2분기는 서프라이즈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분기 초만 하더라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가 컸으나 실제로는 수익성 상승이 이를 충분히 만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도 "해외 판매는 반도체 부족보다 코로나19 여파 완화와 신차 효과 등이 더 크게 작용하며 증가했다"며 "3분기 반도체 부족 이슈 완화, 경제 회복세 등으로 판매 증가세가 예상되나 델타 변이 확산과 파업 가능성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호실적은 오히려 노사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회사가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에 비해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13차 교섭에서 사측 제시안을 거부하고 교섭 결렬을 선언했으며 이날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를 결의한 뒤 7일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 복지 포인트 지급 등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그동안 임금 9만9천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작년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해 왔다.
노조는 "작년 다른 대기업과 공기업이 임금 인상과 풍족한 성과급을 지급할 때도 현대차 조합원은 사회적 어려움에 같이하고자 무분규로 임금을 동결했다"며 "더 이상 희생은 안 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 역시 "(사측의 제시안이) 임직원의 노력에 비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 등에서도 사측의 제시안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하언태 현대차 사장이 지난 1일 담화문을 내고 "회사가 최고 수준의 임금·성과급을 제시했는데도 노조가 파업 수순을 되풀이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인원과 원가 구조 자체가 제조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업체(전자·IT 업계)와 비교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냉정하게 판단해달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불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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