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외국산이면 샴페인이라고 부르지마"…종주국 프랑스 발끈

입력 2021-07-06 10:12  

푸틴 "외국산이면 샴페인이라고 부르지마"…종주국 프랑스 발끈
러시아, 자국산에만 '샴페인' 표시 허용…외국산 명칭은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 명칭 엄격히 통제하는 프랑스 "우리 고유 상표명인데?" 반발
모에에네시, 수출 중단 검토했다가 결국 러시아법 따르기로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러시아가 자국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발포 와인)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제하자 샴페인의 본고장 프랑스가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자국 샹파뉴(샴페인) 지방 포도로 엄격한 공정을 거쳐 만든 발포 와인에만 붙이는 '샴페인'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러시아가 빼앗아갔다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발단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명하면서 발효된 법률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 법은 샴페인(러시아어로 '샴판스코예')이라는 명칭을 외국산 스파클링 와인에는 쓸 수 없고 오로지 러시아에서 만든 발포 와인에만 쓸 수 있다고 규정했다.
샴판스코예는 러시아식 발포 와인을 가리키는 말로, 명칭 자체도 샴페인에서 파생됐다. 구소련 시절 노동자들을 위해 국가가 값싼 발포 와인을 공급하던 것이 시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샴페인의 원산지이자 종주국인 프랑스 와인 업계와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샴페인생산협회는 샹파뉴 지역이 러시아의 법에 경악했다면서 프랑스와 유럽연합(EU)에 이 법의 철회를 러시아에 압박해달라고 요구했다.
프랑스샴페인협회의 막심 투바르, 장 마리 바리에르 공동회장은 "샹파뉴인들에게 그 이름을 쓸 수 없도록 강제한 것은 충격"이라면서 "이 법이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와인의 원산지와 특성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제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샴페인은 우리 공통의 유산이고 귀중한 자산으로, 그 명칭은 전 세계 120개가 넘는 나라가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샴페인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샴페인이라는 이름 자체가 '샹파뉴' 지방 이름을 영어식으로 읽은 것이다.
샴페인이라는 명칭은 프랑스 원산지명칭통제(AOC) 법에 따라 샹파뉴 지방에서 엄격한 공정관리를 거쳐 생산된 발포성 와인에만 붙인다. 샹파뉴가 아닌 프랑스의 다른 지방에서 생산된 발포 와인은 '샴페인' 명칭을 쓸 수도 없다.
프랑스에는 샴페인 농가가 1만6천200개, 샴페인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주류회사가 360개에 이르며, 매년 2억3천100만병을 생산한다.

샴페인의 연 매출 규모는 42억유로(5조6천억원) 가량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26억유로(3조5천억원)가 수출된다.
프랑스 정부는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프랑크 리스터 대외무역부 장관은 러시아의 새 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우리 생산자들과 프랑스 (샴페인의) 탁월함을 흔들림 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역시 러시아의 법은 유럽의 와인 수출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반대와 우려의 뜻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돔페리뇽, 뵈브 클리코 등 고가의 샴페인을 유통하는 유명 샴페인 회사인 모에 에네시는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할 바에야 러시아 수출을 중단하는 방안도 한때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모에 에네시는 5일 입장문을 내고 러시아의 새 법을 존중해 러시아 수출 물량에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표식을 붙이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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