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20분 만에 기지 정전…약탈 소동도 벌어져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군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철수하면서 아프간 신임 사령관에게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고 AP 통신이 6일 보도했다.
바그람 공군기지의 새 사령관인 미르 아사둘라 코히스타니 장군은 "미국인들이 바그람을 떠났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우리는 아침 7시가 돼서야 미군이 이미 바그람을 떠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코히스타니 장군은 미군이 야밤에 바그람 기지에서 철수했고 이를 두 시간이 지난 뒤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군의 설명과 차이가 난다.
폭스뉴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지난 2일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45㎞ 지점에 위치한 바그람 기지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미군 대변인 소니 레게트 대령은 미군 철수를 아프간 지도자들과 조율했다고 밝혔었다.
코히스타니 장군은 미군이 바그람 기지를 떠나면서 물병 수만 개와 음료수, 전투식량 등을 포함해 물품 350만 개를 남겼다고 전했다.
전화기, 문손잡이, 막사의 창문 등과 작은 물품들이 많았고 큰 물품에는 민수용 차량 수천대와 장갑차 수백대, 소형무기들이 포함됐다.
미군은 철수할 때 바그람 공군기지에 있던 중화기들을 가져갔다.
미군이 아프간군에 바그람 기지에서 떠난다고 통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철수 직후 약탈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군인 압둘 라우프는 미군이 조용히 철수한 뒤 20분 만에 바그람 기지는 전기가 끊기면서 암흑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때 소규모 약탈꾼들이 기지에 들어와 막사를 뒤졌다고 한다.
라우프는 약탈꾼들에 대해 "우리는 처음에 그들이 탈레반(아프간 무장 반군)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군인들은 미군의 '비밀 철수'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아프간군 나에마툴라는 "그들은 외곽을 순찰하던 아프간 병사들에게 말하지 않고 떠남으로써 20년 호의를 하룻밤에 잃었다"고 말했다.
아프간 군인들은 미군이 떠난 뒤 사흘이 지난 5일 바그람 기지에서 쓰레기 정리 등을 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코히스타니 사령관은 "우리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우리 손으로 국가를 지키고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그람 기지는 미군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아프간에서 반군 탈레반,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싸우는데 중추 역할을 했던 곳이고 한때 미군 10만 명이 이곳에 주둔했다.
대규모 활주로와 교도소, 병원 등의 시설을 갖춘 아프간 최대 군사기지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을 발표했으며 미군 철수는 오는 9월 11일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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