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 약탈자'에 헝가리 총리 지목

입력 2021-07-06 16:28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 약탈자'에 헝가리 총리 지목
사우디 왕세자·방글라 총리·홍콩 행정장관 등도 포함
"이들 방식이 '뉴 노멀' 되면 안 돼"…독립언론 필요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RSF)가 사상 처음으로 서구 유럽국가 지도자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약탈자'(predators) 명단에 올렸다.
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RSF는 이날 5년 만에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탄압하는 국가나 정부의 수장 명단을 작성해 공개했다.
이번 명단에는 모두 37명이 포함됐다.
RSF는 2010년 재집권에 성공한 오르반 총리가 "다양한 약탈 기술을 이용해 끊임없이, 실질적으로 언론 다양성과 독립성을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
헝가리 언론의 80% 이상이 집권당 피데스에 가까운 재벌(올리가르히)에 의해 인수되는 등 뻔뻔하거나 교묘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영언론은 정보와 정부 광고 접근에 있어 차별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는 '가짜 뉴스' 공급업체로 폄하되고 있다고 전했다.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그러나 "국경없는기자회를 국경없는 가짜뉴스(Fake News Without Borders)"로 불러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른 '약탈자'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됐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10월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카슈끄지 암살을 빈 살만 왕세자가 승인했다고 판단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RSF는 "염탐과 협박을 포함해 그의 억압적인 방식은 때때로 유괴와 고문, 다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아갔다"면서 "자말 카슈끄지의 참혹한 살해는 그저 야만적인 탄압 방식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여성 지도자 2명도 명단에 올랐다.
RSF는 2017년 이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꼭두각시임이 증명됐으며, 이제는 공공연히 언론에 대한 그의 약탈적인 방식을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홍콩 빈과일보의 폐간,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수감 등을 언급했다.
RSF는 또 다른 여성 지도자인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에 대해 "2018년 디지털보안법 채택 이후 70명 이상의 언론인과 블로거가 기소됐다"며 언론 약탈자로 지목한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바사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도 약탈자 명단에 포함됐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각국이 이들 언론 약탈자의 방식을 부인하는 한편, 독립 언론의 긍정적 공헌에 대해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그들(약탈자들)의 방식이 '뉴 노멀'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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