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안화] ① 고도의 '중앙집중'…비트코인과 대척점
실물 없이 디지털 코드로 된 첫 법정 화폐…기존 위안화와 동일 가치
중국, 디지털 위안화 인프라 대폭 확충…국내외 영향력 확대 도모
[※ 편집자 주 : 중국이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는 국가가 될 전망입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는 중국 내 사용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미국 달러화 중심의 국제 경제 질서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한국 언론 최초로 중국이 비공개로 추진 중인 디지털 위안화 시험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디지털 위안화는 도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현 도입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우리나라 등 외국에 끼칠 영향은 어떠할지 등에 관한 내용을 다섯 꼭지의 기사로 나눠 송고합니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실물 없이 디지털 코드로만 존재하는 법정 화폐 시대가 사실상 시작됐다.
공식 도입 선언만 없었을 뿐이지 중국 주요 대도시에서는 이미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한 법정 디지털 화폐, 디지털 위안화가 상당한 규모로 유통 중이다.
근대 이래 인류의 역사에서 국가의 법정 화폐는 종이나 금속 재질로 된 실물 형태를 띠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인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 시험이 주목받고 있다.
◇ 디지털 위안화의 정체는…현금 일부 대체부터 시작
디지털 코드로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위안화는 언뜻 보면 민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돈'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실 이 둘은 서로 대척점에 놓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공산당이 지향하는 중앙집중 통제의 원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반면 비트코인은 정부의 관여를 배제하는 탈(脫)중앙화 철학 위에 서 있다.
중국은 통제권이 닿지 않는 비트코인이 자국의 경제 주권을 침식할 수 있다고 보고 경제 주권 수호의 관점에서 중앙집중적인 통제가 가능한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준비해왔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사설에서 "금융 당국은 가상화폐 불법 채굴 및 거래 활동 타격 강도를 높여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을 위한 더욱 양호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과 달리 전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중앙집중적으로 운영된다.
이런 특성 탓에 비트코인과 달리 디지털 위안화의 사용 기록은 고스란히 당국의 전산망에 쌓여 중국 당국이 원하면 기록을 열어 추적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기존의 현금과도 또 다른 중대한 특징이다.
무창춘(穆長春)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소장은 앞서 "(디지털 위안화) 실명제가 큰 액수의 부패·뇌물 사건과 돈세탁 사건에 관한 조사와 자금 추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당국이 개인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 내역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디지털 위안화와 비트코인이 지니는 가치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인민은행 고위 당국자들의 그간 설명을 종합해보면, 디지털 위안화는 '디지털 현금'으로서 종이나 동전으로 된 위안화 현금의 완벽한 대체재다.
디지털 위안화 1위안은 실물 위안화 현금 1위안과 완벽히 같은 가치를 갖는다는 얘기다. 반면에 가격을 형성하는 기준이 따로 없는 비트코인은 수급 상황에 따라 수시로 가격이 등락한다.
경제학적 개념으로 보면, 디지털 위안화는 현금 통화를 뜻하는 본원통화(MO)의 일부를 대체한다.
예전에 인민은행이 위안화 현금을 모두 지폐나 동전으로 찍어냈다면 앞으로는 이 중 일부를 디지털 위안화로 대신 발행하게 되는 것이다.
보급 초기에는 디지털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점차 이 비율을 높여나갈 공산이 크다.
디지털 위안화는 어떻게 유통될까. 디지털 위안화는 인민은행과 시중 상업은행 차원의 이원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발행 기관인 인민은행이 직접 국민에게 디지털 화폐를 공급하지 않고 시중은행 등 금융 기관이 대신 고객들을 상대한다.
인민은행이 우선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하면 이후 각 시중은행이 '일반 위안화'를 증거금으로 맡기고 그만큼의 디지털 위안화를 받아 간다.
디지털 위안화 공급에 따른 추가적인 통화 팽창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게 되는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에 참여 중인 금융 기관은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우정저축은행,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의 인터넷 전문 은행인 왕상은행(網商銀行·MYbank) 7개다.
이후 일반 고객은 이들 은행을 통해 스마트폰에 '전자 지갑'을 만들어 디지털 위안화를 원하는 만큼 충전해 쓴다.
디지털 위안화 사용 방법은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큐아르(QR)코드를 스캔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물건값을 치르거나 서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 간편한 등록 절차만 거치면 전자상거래 등 여러 인터넷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기본 결제 수단으로 고를 수도 있다.
◇ 월급도 디지털 위안으로…B2B·역외결제 등 다양한 활용 추진
2014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연구·개발은 이제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내년 2월 열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자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선전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중국의 '디지털 현금' 시험은 대중에게 소액의 디지털 위안화를 소비 쿠폰처럼 뿌리고 단기간에 쓰게 하는 일회성 공개 시험과 여러 시범 지역에서 조용히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비공개 시험 두 가지로 나뉜다.
인민은행은 작년 10월 광둥성 선전(深?)시에서 처음 추첨을 통해 시민들에게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는 공개 시험을 처음 한 이후 여러 도시에서 돌아가면서 같은 시험을 하고 있다.
대대적으로 선전되는 이런 공개 시험을 통해 지금까지 대중에게 뿌려진 디지털 위안화는 3억2천만 위안(약 560억원)에 달한다.
사실 중국인들이 디지털 위안화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홍보·교육 성격이 강한 공개 시험은 중국에서 이뤄지는 전체 디지털 위안화 시험의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시범 지역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상시적이고 폭넓은 디지털 위안화 사용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지정한 디지털 위안화 시범 지역은 장쑤성 쑤저우(蘇州), 허베이성 슝안(雄安)신구, 쓰촨성 청두(成都), 상하이(上海)직할시, 산시성 시안(西安), 산둥성 칭다오(靑島), 랴오닝성 다롄(大連) 등 10개 지역과 베이징 올림픽 개최지다.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은 상하이시 등 일부 지역 직원들의 월급을 디지털 위안화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는 이들 지역에서는 디지털 위안화를 갖고 웬만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 지난 3월에는 해운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업간거래(B2B) 결제 시험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이는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의 용도를 소매 용도로 국한해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을 합친 디지털 위안화 결제 건수와 액수는 각각 400만회, 20억 위안(3천500억원)을 넘겼다.
시범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 인프라가 하루가 다르게 확충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모르는 새 인터넷에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디지털 법정 화폐 도입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알리페이와 텐센트페이가 장악한 모바일 결제 통제권을 강화함과 동시에 중국 회사들이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에 의존도를 줄여 미국의 제재를 피해 가기 위해서라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공개 발언을 통해서는 디지털 위안화가 국내 소액 결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서 외부의 경계심을 늦추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지난 2월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참여한 법정 디지털 화폐 역외 결제 모색 국제 프로젝트에 가입했고, 이후 홍콩인들을 상대로 처음으로 디지털 위안화의 역외 사용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디지털 위안화의 대외 사용 확대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의 '화폐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븐 배넌은 과거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가상화폐 도입 움직임을 가리켜 "당신은 지금 당장 뜨거운 전쟁(hot war)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디지털 위안화 도입 움직임을 바라보는 미국 측의 시선이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하기에 따라 디지털 위안화가 사용이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는 데 일정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컨설팅 회사 올리버 와이먼의 마이클 호는 SCMP에 "디지털 위안화가 홍콩 무역 결제 용도로 쓰이기 시작한다면 값싸고 신속한 청산 시스템 덕분에 중국 화폐를 더욱 사용할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물 없이 디지털 코드로 된 첫 법정 화폐…기존 위안화와 동일 가치
중국, 디지털 위안화 인프라 대폭 확충…국내외 영향력 확대 도모
[※ 편집자 주 : 중국이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는 국가가 될 전망입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는 중국 내 사용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미국 달러화 중심의 국제 경제 질서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한국 언론 최초로 중국이 비공개로 추진 중인 디지털 위안화 시험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디지털 위안화는 도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현 도입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우리나라 등 외국에 끼칠 영향은 어떠할지 등에 관한 내용을 다섯 꼭지의 기사로 나눠 송고합니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실물 없이 디지털 코드로만 존재하는 법정 화폐 시대가 사실상 시작됐다.
공식 도입 선언만 없었을 뿐이지 중국 주요 대도시에서는 이미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한 법정 디지털 화폐, 디지털 위안화가 상당한 규모로 유통 중이다.
근대 이래 인류의 역사에서 국가의 법정 화폐는 종이나 금속 재질로 된 실물 형태를 띠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인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 시험이 주목받고 있다.
◇ 디지털 위안화의 정체는…현금 일부 대체부터 시작
디지털 코드로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위안화는 언뜻 보면 민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돈'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실 이 둘은 서로 대척점에 놓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공산당이 지향하는 중앙집중 통제의 원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반면 비트코인은 정부의 관여를 배제하는 탈(脫)중앙화 철학 위에 서 있다.
중국은 통제권이 닿지 않는 비트코인이 자국의 경제 주권을 침식할 수 있다고 보고 경제 주권 수호의 관점에서 중앙집중적인 통제가 가능한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준비해왔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사설에서 "금융 당국은 가상화폐 불법 채굴 및 거래 활동 타격 강도를 높여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을 위한 더욱 양호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과 달리 전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중앙집중적으로 운영된다.
이런 특성 탓에 비트코인과 달리 디지털 위안화의 사용 기록은 고스란히 당국의 전산망에 쌓여 중국 당국이 원하면 기록을 열어 추적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기존의 현금과도 또 다른 중대한 특징이다.
무창춘(穆長春)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소장은 앞서 "(디지털 위안화) 실명제가 큰 액수의 부패·뇌물 사건과 돈세탁 사건에 관한 조사와 자금 추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당국이 개인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 내역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디지털 위안화와 비트코인이 지니는 가치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인민은행 고위 당국자들의 그간 설명을 종합해보면, 디지털 위안화는 '디지털 현금'으로서 종이나 동전으로 된 위안화 현금의 완벽한 대체재다.
디지털 위안화 1위안은 실물 위안화 현금 1위안과 완벽히 같은 가치를 갖는다는 얘기다. 반면에 가격을 형성하는 기준이 따로 없는 비트코인은 수급 상황에 따라 수시로 가격이 등락한다.
경제학적 개념으로 보면, 디지털 위안화는 현금 통화를 뜻하는 본원통화(MO)의 일부를 대체한다.
예전에 인민은행이 위안화 현금을 모두 지폐나 동전으로 찍어냈다면 앞으로는 이 중 일부를 디지털 위안화로 대신 발행하게 되는 것이다.
보급 초기에는 디지털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점차 이 비율을 높여나갈 공산이 크다.
디지털 위안화는 어떻게 유통될까. 디지털 위안화는 인민은행과 시중 상업은행 차원의 이원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발행 기관인 인민은행이 직접 국민에게 디지털 화폐를 공급하지 않고 시중은행 등 금융 기관이 대신 고객들을 상대한다.
인민은행이 우선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하면 이후 각 시중은행이 '일반 위안화'를 증거금으로 맡기고 그만큼의 디지털 위안화를 받아 간다.
디지털 위안화 공급에 따른 추가적인 통화 팽창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게 되는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에 참여 중인 금융 기관은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우정저축은행,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의 인터넷 전문 은행인 왕상은행(網商銀行·MYbank) 7개다.
이후 일반 고객은 이들 은행을 통해 스마트폰에 '전자 지갑'을 만들어 디지털 위안화를 원하는 만큼 충전해 쓴다.
디지털 위안화 사용 방법은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큐아르(QR)코드를 스캔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물건값을 치르거나 서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 간편한 등록 절차만 거치면 전자상거래 등 여러 인터넷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기본 결제 수단으로 고를 수도 있다.
◇ 월급도 디지털 위안으로…B2B·역외결제 등 다양한 활용 추진
2014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연구·개발은 이제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내년 2월 열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자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선전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중국의 '디지털 현금' 시험은 대중에게 소액의 디지털 위안화를 소비 쿠폰처럼 뿌리고 단기간에 쓰게 하는 일회성 공개 시험과 여러 시범 지역에서 조용히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비공개 시험 두 가지로 나뉜다.
인민은행은 작년 10월 광둥성 선전(深?)시에서 처음 추첨을 통해 시민들에게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는 공개 시험을 처음 한 이후 여러 도시에서 돌아가면서 같은 시험을 하고 있다.
대대적으로 선전되는 이런 공개 시험을 통해 지금까지 대중에게 뿌려진 디지털 위안화는 3억2천만 위안(약 560억원)에 달한다.
사실 중국인들이 디지털 위안화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홍보·교육 성격이 강한 공개 시험은 중국에서 이뤄지는 전체 디지털 위안화 시험의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시범 지역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상시적이고 폭넓은 디지털 위안화 사용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지정한 디지털 위안화 시범 지역은 장쑤성 쑤저우(蘇州), 허베이성 슝안(雄安)신구, 쓰촨성 청두(成都), 상하이(上海)직할시, 산시성 시안(西安), 산둥성 칭다오(靑島), 랴오닝성 다롄(大連) 등 10개 지역과 베이징 올림픽 개최지다.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은 상하이시 등 일부 지역 직원들의 월급을 디지털 위안화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는 이들 지역에서는 디지털 위안화를 갖고 웬만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 지난 3월에는 해운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업간거래(B2B) 결제 시험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이는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의 용도를 소매 용도로 국한해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을 합친 디지털 위안화 결제 건수와 액수는 각각 400만회, 20억 위안(3천500억원)을 넘겼다.
시범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 인프라가 하루가 다르게 확충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모르는 새 인터넷에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디지털 법정 화폐 도입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알리페이와 텐센트페이가 장악한 모바일 결제 통제권을 강화함과 동시에 중국 회사들이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에 의존도를 줄여 미국의 제재를 피해 가기 위해서라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공개 발언을 통해서는 디지털 위안화가 국내 소액 결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서 외부의 경계심을 늦추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지난 2월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참여한 법정 디지털 화폐 역외 결제 모색 국제 프로젝트에 가입했고, 이후 홍콩인들을 상대로 처음으로 디지털 위안화의 역외 사용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디지털 위안화의 대외 사용 확대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의 '화폐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븐 배넌은 과거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가상화폐 도입 움직임을 가리켜 "당신은 지금 당장 뜨거운 전쟁(hot war)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디지털 위안화 도입 움직임을 바라보는 미국 측의 시선이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하기에 따라 디지털 위안화가 사용이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는 데 일정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컨설팅 회사 올리버 와이먼의 마이클 호는 SCMP에 "디지털 위안화가 홍콩 무역 결제 용도로 쓰이기 시작한다면 값싸고 신속한 청산 시스템 덕분에 중국 화폐를 더욱 사용할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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