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외 북핵 6자회담 카운터파트 한달 새 모두 만나
중국, 러와 '쌍궤병진' 주장 속 6자회담 재가동 추진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경색된 북미 관계 해소를 위해 대북 접촉을 시도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 카운터 파트(대화 상대방)들과 연쇄 접촉하며 '중국 역할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미 당사자간 해결 또한 한국이 중재하는 북핵 해결 구도를 사실상 중국이 주도하는 6자 회담 체제로 되돌리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전날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소통을 유지하기로 했다.
류샤오밍 대표는 미국이 북한의 우려를 중시해달라면서 남북 협력 지지,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과 단계적, 동시적 원칙에 따른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핵 미중 대표들의 통화를 확인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일본 등 동맹과 협력이 필요하며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로써 중국은 일본을 제외한 북핵 6자회담 당사국 담당 대표 4명을 최근 한달 사이에 접촉했다.
6자회담은 한국, 미국,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다자간 대화 틀로 2003년 만들어졌으나 2008년 12월 중지된 뒤 유명무실화했다. 북한은 2009년 4월 일방적으로 6자회담 탈퇴를 선언했다.
의장국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6자회담 재개시 사실상 중국이 주도권을 쥐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인지 미국도 6자회담 재개를 선호하지 않고, 이미 10여년전 6자회담 탈퇴를 선언했던 북한도 북미 양자 협상을 통한 해결을 바라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5일 만인 지난 5월 27일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리룡남 중국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나 만찬까지 하면서 최고의 예우를 했다.
정상회담으로 한미 양국이 밀착을 강화하자 중국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대북 영향력을 과시한 모양새였다.
이어 류샤오밍 대표는 북핵 문제에 중국과 뜻을 같이하는 러시아와 접촉을 강화하며 6자 회담 재개 등 기존 북핵 해법을 내세웠다.
류 대표는 지난달 러시아 측 한반도 문제 파트너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과 통화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 문제 해결에 공동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안드레이 데니소프 중국 주재 러시아 대사도 만나 한반도 정세에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대를 이뤘다.
중러 정상은 2017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쌍궤병진과 '쌍중단'중(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단계적인 접근을 기초로 한 북핵 해법에 뜻을 모은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류샤오밍 대표는 지난달 23일에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통화한데 이어 30일에는 장하성 중국 주재 한국 대사와 만나 "중국은 한반도 남북 양측의 관계 개선과 화해 협력 추진을 확고히 지지한다"면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 북미 관계가 틀어지고 코로나19 사태마저 터지면서 중국은 북핵 문제 또는 대북 관계에 침묵 모드였다"면서 "하지만 미국이 북미 접촉 재개를 추진하자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기존 틀인 6자 회담을 활용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당사국들을 접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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