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중국 수출길 막히자 홍콩 거쳐 중국 밀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수출길이 막힌 호주산 랍스터(바닷가재)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밀수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는 한달여 취재를 통해 호주산 랍스터가 홍콩을 거쳐 광둥(廣東)으로 대거 밀수되는 과정을 확인했으며, 당국에 적발된 규모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 홍콩 수산물 유통업자는 "중국에 밀수되는 랍스터의 대부분은 호주산"이라며 "중국 소비자들이 호주산 랍스터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직접 수입 길이 막혀도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 수요가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지난 5월 단속을 펼쳐 항구에서 랍스터를 잔뜩 실은 스피드보트들을 적발했다.
이에 앞서 3월 중국 광둥성 중산(中山)시 당국은 랍스터를 담은 상자 100개를 적발했다. 약 4만6천500달러(약 5천280만원) 규모다.
지난해 12월 이후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랍스터 밀수와 관련해 26명이 체포됐고, 선박과 트럭 14대가 압수됐다.
호주산 랍스터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밀수되는 현상은 중국과 호주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2015년 이후 사라졌다가 부활한 것이다.
호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호주산 랍스터의 90%가 중국으로 수출됐다. 약 5억 5천370만 달러(약 6천290억원) 규모다.
춘제 등 명절이면 중국에서 호주산 랍스터의 가격은 1㎏당 100달러(약 11만원)를 넘어섰고, 이에 맞춰 호주에서도 덩달아 가격이 뛰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랍스터의 가격은 소비 성수기에도 1㎏당 30~45달러에 머물렀다.
SCMP는 홍콩 당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이 호주산 랍스터의 수입을 통제한 이후 홍콩의 호주산 랍스터 수입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올해 4월 홍콩은 호주산 랍스터 15만 7천978㎏을 수입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에 비해 약 50배 급증한 것이다.
이 수입 물량 중 5%가 마카오로 향했을 뿐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공식 자료에 기록되지 않았다.
한 수입업자는 "홍콩 식당업계가 갑자기 그렇게 많은 랍스터를 소비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홍콩인들이 그렇게 많은 양을 소비할 수 있겠나?"라면서 "당연히 그 수입량은 중국 본토로 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는 호주산 랍스터 판촉전이 펼쳐졌고, 식당에서 신선한 랍스터가 제공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다.
SCMP는 배와 트럭, 인편 등 세가지 경로로 호주산 랍스터가 중국으로 밀수되고 있는데 어떤 경로로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운송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호주와 갈등을 빚으면서 여러 종류의 호주산 물품에 대해 수입을 통제하고 있다.
호주산 보리, 소고기, 설탕, 레드 와인, 목재, 석탄, 구리광 및 구리 정광, 밀 등에 대해 '중요한 보류' 조치가 취해지면서 통관이 안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1월에는 살아있는 랍스터 20t이 중국 공항에서 통관이 막혀 폐사 위기에 몰렸다고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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