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예언 '마이크로 중력렌즈 효과' 활용…전문 우주망원경 활약 기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 2018년 외계행성 탐사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옛 관측 자료에서 별 없이 우주를 떠도는 지구 크기의 떠돌이 행성 4개가 새로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이 행성들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마이크로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찾아낸 것으로, 마이크로 중력렌즈 현상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우주망원경이 배치되면 이런 떠돌이 행성을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 왕립천문학회와 외신 등에 따르면 맨체스터대학의 천체물리학 연구원 이에인 맥도널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케플러 망원경이 2016년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약 두 달간에 걸쳐 우리 은하 중심의 팽대부 주변을 관측한 자료를 분석해 지구 질량의 떠돌이 행성을 찾아낸 결과를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에 발표했다.
떠돌이 행성은 별 주변의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형성은 됐지만, 더 큰 행성의 중력에 의한 섭동(攝動)으로 원래 행성계에서 밀려나 우주를 떠도는데,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연구 방법에 따라 편차가 커 미스터리로 돼 있다.
연구팀은 우리 은하 중심에 별들이 빽빽하게 모여있는 팽대부 주변을 30분 단위로 관측한 케플러 우주망원경 자료에서 마이크로 중력렌즈 신호로 볼 수 있는 사례 27건을 가려냈다.
마이크로 중력렌즈 현상은 아인슈타인이 85년 전 일반 상대성 이론의 결과로 예측한 것으로, 배경 별빛이 다른 별이나 행성의 중력장을 지나면서 굴절돼 마치 렌즈를 통과해 오는 것처럼 일시적으로 더 밝고, 확대돼 보이는 것을 나타낸다.
케플러 자료에서 찾아낸 마이크로 중력렌즈 신호 후보들은 모두 1시간에서 열흘 정도로 짧게 진행됐다. 이 중 22건은 지상 망원경으로도 동시에 관측됐던 것이었으며 나머지 5건만 새로운 신호로 밝혀졌다.
특히 4건은 별에 의한 더 긴 마이크로 중력렌즈 신호가 수반되지 않아 별 없이 떠도는 행성으로 분석됐으며, 나머지 1건은 별을 도는 외계행성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우리 은하에서 약 100만 개 별 중 1개 정도는 늘 마이크로 중력렌즈 신호를 보이지만 행성에 의한 중력렌즈 신호는 불과 몇 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게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난 2018년 10월 말 퇴역할 때까지 약 10년간 활동하며 2천245개의 외계행성을 찾아내 '행성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원래 마이크로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행성을 찾아내게 고안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별이 많은 은하 중심부를 관측하는 것도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
이에인 박사는 이와 관련, "시야가 흐려진 낡고 고장 난 망원경으로 별이 가장 많은 영역을 들여다보며 행성에 의한 작고 특징적인 빛을 찾아내는 것이었으며, 한번 지나간 뒤에는 다시 확인할 기회도 없었다"면서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휴대전화로 반딧불이가 단 한 번만 깜박인 것을 찾아내는 것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같은 대학의 이몬 케린스 박사는 "케플러는 원래 설계되지 않았던 방법으로 지구급 떠돌이 행성의 증거를 찾아냈다"면서 "아인슈타인조차도 관측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중력렌즈 효과를 전문적으로 활용할 우주망원경이 앞으로 관련 임무를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차세대 망원경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20년대 중반에 발사할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은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줄어드는 것을 관측해 행성의 존재를 파악하는 기존 '천체면 통과'(transit) 방식에 더해 마이크로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외계행성을 관측하게 된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관측하기 위해 내년 말께 발사할 예정인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도 마이크로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떠돌이 행성을 찾는 임무를 병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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