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 2차 담수 강행…이집트·수단 강력 반발
이집트 대통령 "분쟁 영원히 지속 불가" 무력 사용 가능성 시사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북아프리카의 젖줄'인 나일강 수자원을 둘러싼 수계 국가들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상류에 건설 중인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이하 르네상스댐)을 둘러싼 이집트 및 수단과의 협상이 진척되지 않은 가운데, 최근 에티오피아가 댐에 물을 다시 채우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다.
8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나일강 수계 3국의 격전이 예고된 상황에서, 특히 에티오피아의 담수(湛水)로 직격탄을 맞게 된 이집트는 안보리 전체 이사국을 상대로 전방위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7일 통신에 나일강 유역 3개국 간 수자원 이용에 관한 협상이 10년째 타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6개월 내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에티오피아가 시작한 2차 담수가 2015년에 체결된 합의 위반이며, 나일강 수자원에 의존하는 1억 명에 달하는 이집트, 수단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집트와 수단의 요청으로 소집된 이번 회의에서는 수크리 장관과 수단 외무장관이 에티오피아의 2차 담수 작업을 비판하고, 에티오피아 수자원부 장관은 반론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인 튀니지가 공개한 결의문 초안에는 아프리카연합(AU) 의장과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를 통해 내년 1월까지 댐 운영과 담수에 관한 법적 효력이 있는 합의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에티오피아의 수력 발전을 보장하는 한편, 댐 하류 국가들의 수자원 안보를 해치는 중대한 가해 행위 방지, 일방적인 담수 자제 등 내용도 들어 있다.
수크리 장관은 "우리는 이것이 균형 잡힌 해법이라고 생각해 지지한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는 나일강의 주요 지류인 블루나일에 2011년부터 르네상스 댐을 건설해왔으며, 지난해 여름 1차 담수 작업도 진행했다.
현재 80%의 공정이 진행된 이 댐이 2023년 완공되면 아프리카 최대이자 전세계에서 7번째로 큰 수력발전소가 된다.
에티오피아는 전력난 해소, 경제 개발을 위해 르네상스 댐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수단과 이집트는 유입되는 나일강 수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특히 나일강 수자원에 식수, 농업용수 등의 90% 이상을 의존하는 이집트에서는 무력 사용을 통한 댐 저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와 수단은 지난 5월 수단에서 '나일의 수호자'라는 이름 아래 양국 해군과 공군이 참여하는 합동 군사훈련도 실시했다.
또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4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에티오피아와의 댐 분쟁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이집트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졌지만, 그동안 어떤 나라를 직간접적으로 위협한 적이 없다"며 무력 사용 가능성마저 시사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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