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단 총 26명…7명은 교전 중 사살·배후 주동자 추적 중"
체포 용의자 중 아이티계 미국인도…혼돈 지속 속 "9월 선거 예정대로"
(멕시코시티·뉴욕=연합뉴스) 고미혜 강건택 특파원 = 카리브해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53) 대통령이 암살된 후 만 이틀 동안 총 6명의 용의자가 검거됐다.
체포된 용의자 중엔 미국 시민권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암살에는 현재까지 총 26명이 참여했으며, 모이즈 대통령의 몸에서는 이마와 가슴 등 모두 12개의 총알 자국이 발견됐다.
◇ "이틀간 6명 체포·7명 사살…암살단 총 26명"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범인 중 6명이 경찰 손에 있다"며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이들을 붙잡았고 (암살을 지휘한) 배후 주동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고 AP·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경찰은 모이즈 대통령이 전날 새벽 1시께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에 맞고 사망한 후 범인 추적에 나서 전날 오후 교전 끝에 용의자 2명을 체포한 바 있다.
이날 외신 사진 속엔 수갑을 찬 여러 명의 남성이 경찰서 바닥에 앉거나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체포된 이들 외에 격렬한 교전 과정에서 총 7명의 용의자가 사살됐다고 AP통신이 샤를 청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직 체포되지 않은 용의자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헬렌 라라임 유엔 아이티특사는 이날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더 많은 용의자가 건물 두 곳에 숨어있고 경찰이 이들을 지금 포위하는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아이티 선거장관인 마티아스 피에르는 로이터통신에 대통령 암살단이 총 26명이라고 말했다.
◇ "체포 용의자 중 아이티계 미국인 2명 포함"
경찰에 붙잡혔거나 사살된 용의자들이 신원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체포된 이들 중 미국 시민권자가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AP통신과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피에르 장관을 인용해 용의자 중 2명이 아이티계 미국인이며, 이 중 1명은 제임스 솔라주라는 이름의 남성이라고 보도했다.
솔라주는 과거 아이티 주재 캐나다 대사관에서 경호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앞서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 등 아이티 정부 관계자들은 암살범들이 아이티 공용어인 프랑스어와 크레올어가 아닌 스페인어와 영어를 쓰고 있었다며 고도로 훈련받은 외국 용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체포 용의자 중 미국 시민권자 포함 여부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다만 미국 정부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아이티 당국자와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암살을 저지른 이들 중 외국인이 포함됐다고 해도 실제 배후가 아이티 내부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7년 2월 취임한 모이즈 대통령은 야권과 첨예하게 갈등했고, 2018년부터 부패와 경제위기, 치안 악화 등에 분노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도 잇따랐다.
보시트 에드몽 미국 주재 아이티 대사는 미국 CNN에 외국인 암살범들이 아이티 내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 대통령 총 12발 맞아…영부인은 고비 넘겨
암살 당시의 정황도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아이티의 카를 앙리 데스탱 판사는 현지 일간 르누벨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시신에서 12개의 총알 자국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총상은 이마와 가슴, 엉덩이, 배 등에서 확인됐으며, 대구경 소총과 그보다 작은 9㎜ 총의 흔적이 함께 있었다고 데스탱 판사는 전했다.
판사는 또 당시 대통령 침실과 집무실이 모두 헤집어진 상태였으며, 모이즈 대통령은 피로 얼룩진 흰 셔츠와 파란 바지를 입고 입을 벌린 채 누워있었다고 묘사했다.
함께 총에 맞은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는 곧바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가 이후 에어앰뷸런스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병원에 이송됐다.
에드몽 대사는 CNN에 모이즈 여사가 "위험에서 벗어났다"며 "계속 회복을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스탱 판사에 따르면 대통령 부부 외에 다른 사상자는 없었다.
당시 집에 있던 대통령의 딸은 방에 숨어 있었으며, 가사 도우미 등은 괴한들에 포박된 상태였다고 판사는 르누벨리스트에 전했다.
중무장한 다수의 괴한이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을 사칭해 침입했다고는 해도, 현직 대통령 사저가 어떻게 이렇게 간단히 뚫렸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포르토프랭스 수사당국은 모이즈 대통령 경호 인력을 심문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 혼돈은 계속…"9월 선거 예정대로 치를 것"
극빈국 아이티의 혼돈은 계속되고 있다.
전날 사건 직후 범인 검거를 위해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던 조제프 총리는 이날 용의자들이 속속 붙잡히자 경제활동을 재개할 때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날 폐쇄됐던 국제공항에도 재개 명령이 내려졌다.
누가 대통령직을 대신할지를 놓고도 혼란이 이어졌지만, 일단 조제프 총리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 아이티 안팎에서 나왔다.
이날 라라임 유엔 특사와 피에르 선거장관은 차기 대선 전까지 조제프 총리가 아이티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라라임 특사는 조제프 총리가 오는 9월 26일 대선과 총선 1차 투표를, 오는 11월 2차 투표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도 전했다.
피에르 장관은 대선, 총선과 더불어 모이즈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헌 국민투표 역시 9월 26일 예정대로 치러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용의자 검거 과정에서 주민들이 용의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암살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수풀 속에 숨어있다가 주민들에 발각됐으며, 사람들이 이들을 밀치고 때리던 와중에 경찰이 도착해 끌고 갔다. 이들이 체포 용의자 6명에 포함돼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주민들은 용의자들이 구금된 경찰서 앞에 모여 "(용의자들을) 지금 당장 불태우라"고 외치기도 했다.
조제프 총리는 시민들을 향해 용의자들을 직접 처단하려 하지 말고 경찰에 넘겨 달라고 호소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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