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 장악 우려엔 "아프간군 신뢰"…"미래 결정은 아프간 국민 권리"
"20년 전 정책 묶여있을 수 없어…중국 등 전략경쟁 대응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임무가 8월 31일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프간 철군 상황에 관한 백악관 연설에서 "미군은 아프간에서 목표를 달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아프간에 간 것은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고 알카에다의 능력을 없애기 위해서였으며 두 목표를 모두 이뤘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타당한 기대 없이 또 다른 세대의 미국인을 아프간 전쟁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 건설을 위해 아프간에 간 것이 아니다"며 미래와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프간 국민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프간 지도자들은 함께 모여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아프간 상황과 관련, 정치적 해결을 위해 역내 국가들이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을 믿지 않는다면서 아프간군의 능력을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또 탈레반은 2001년 전쟁 시작 후 군사적으로 가장 강하지만 아프간군은 훨씬 더 큰 군대와 공군이 있다며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아프간에 대한 민간 및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고 아프간군이 공군을 유지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무의미한 폭력을 종식할 평화 협정을 추구하기 위해 외교에 관여할 것이라면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통역 등 아프간 내 미군 협력자 2천500명에게 특별 이민 비자가 발급됐으며 이들을 이동시킬 특별 항공편 운영이 이달 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20년 전 세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에 묶여있을 여유가 없다. 우리는 오늘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며 미국은 중국 및 다른 국가들과 새로운 전략적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강점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승리 없이' 발을 빼는 아프간전을 과거 베트남전 때 미 대사관 옥상에서 사람들이 헬기를 타고 탈출하던 상황과 비교한 질문엔 "탈레반은 북베트남(월맹)군이 아니다"며 "전혀 비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미군이 겪은 일과의 비교를 단호히 거부했다"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아프간 철군을 5월 1일 시작해 9월 11일 이전에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철군은 90% 완료된 상태로, 최대 군사 거점인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철수하며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배후로 빈 라덴을 지목하고, 탈레반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동맹국과 합세해 아프간을 침공했다.
이후 아프간에 친서방 정권을 수립하는 데 성공했지만, 무장반군 탈레반이 저항을 계속해 장기전으로 이어졌다.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내전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철수해도 아프간 국민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인도적 관여와 아프간군에 대한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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