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노이모·로주노프·리베레츠…순수 자연과 전통의 조화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체코에서는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도 개성이 넘치는 소도시와 마을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로 붐비는 도심을 벗어나 순수한 자연과 잘 보존된 전통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 세 곳을 소개한다.
◇ 즈노이모, 포디이 국립공원 그리고 와인
중세 도시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수많은 교회가 있는 즈노이모는 르네상스 시대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유서 깊은 도시다. 남부 모라비아 지역의 주요 와인 생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즈노이모 인근에는 '체코의 아마존'이라고도 불리는 포디이 국립공원이 있다. 체코에서 가장 작은 국립 공원이지만, 중부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 명소 중 하나다.
천천히 구불구불 흘러가는 디예강, 크고 작은 바위, 꽃이 만개한 초원, 향기로운 과일이 가득한 과수원… 모두 포디이 국립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나 도보·자전거 여행에 적합한 코스도 잘 갖춰져 있어 활동적인 휴가를 보내려는 여행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장소다.
쇼베스 포도밭은 포디이 국립공원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남쪽으로 향한 경사면과 뜨거운 햇살 덕분에 유럽의 10대 와인 지역으로 꼽힌다.
매년 9월 즈노이모에서는 포도 수확 축제가 열린다.
막 수확한 햇포도로 만든 '부르착'은 초가을 시즌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와인이다. 완전히 발효되기 직전의 와인으로, 달콤한 포도향과 맛이 매력적이다. 즈노이모 지역의 요리와도 무척 잘 어울린다.
◇ 로주노프 포트 라드호슈템의 왈라키아 민속 마을과 유르코비치 탑
신화 속의 산 라드호슈트 기슭, 베치카강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 로주노프 포트 라드호슈템은 깊은 숲속의 향과 맑은 공기가 가득한 곳이다.
이 마을 중심에는 중부 유럽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왈라키아 민속 야외 박물관이 있다. 100여개의 독창적이고 역사적인 건축물들로 구성된 국립 기념물이다.
오랜 세월을 거쳐 잘 보존된 농장과 풍차, 대장간, 우물, 온천, 가옥, 그리고 정원들이 옛 마을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이 지역 옛사람들이 어떻게 옷감을 생산하고, 곡물을 제분했으며, 기름을 짜고, 철을 주조했는지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
60여 가지의 민속 및 전통에 관한 프로그램도 운영돼 다양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로주노프는 '체코의 가우디'로 불리는 건축가 두샨 유르코비치가 디자인한 건축물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카렐 언덕에서는 그가 디자인한 유르코비치 전망대를 찾아볼 수 있다.
돌과 나무로 지어진 이 전망대는 4개의 박공지붕, 아기자기한 탑, 시선을 사로잡는 색감과 전형적인 체코 민속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마치 동화 속에서 막 나온 진저브레드 하우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높이가 약 32m로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다.
◇ 리베레츠의 크리스털 밸리
17세기 후반부터 체코에서는 맑고 투명한 크리스털 유리 생산이 발달했다. 체코의 크리스털 원석은 선명도, 광채 및 경도가 조각과 연마에 매우 적합했다.
독특한 자연조건과 장인의 열정이 어우러져 탄생한 아름다운 유리 제품은 곧 유럽의 유리 문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리베레츠 지역은 300년 전 보헤미안 크리스털이 탄생한 곳이다.
이곳의 유리 공예 장인들은 세계 최초로 원석을 연마해 완벽한 크리스털 보석과 우아한 샹들리에를 만들었다.
이 특별한 유리 공예품들은 '보헤미안 크리스털'로 알려지며 체코의 특산품이 되었다.
유리 덩어리가 어떻게 고급스러운 유리잔이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되는지 직접 보고 싶다면 예술가의 공방을 찾아보자.
이르지 파치넥은 츠비코프의 쿤라티체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가장 진보적인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공방에서는 장인의 손길에 따라 변하는 유리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쿤라티체 마을 한가운데 지어진 성십자가 교회 안에는 희귀한 유리 사원이 있다.
이르지 파치넥을 비롯한 체코 예술가들이 2020년 봄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설치한 300여개의 다양한 유리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 대응해 이르지 파치넥이 선보인 기발한 유리 바이러스 백신 시리즈도 볼 수 있다.
파치넥이 쿤라티체에 만든 유리정원 '호루투스 스페쿠라리스'도 들러 보자.
크리스털로 만든 다양한 유리 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정원이다. 매년 새로운 유리 식물을 선보이며 무료로 1년 내내 개방된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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