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한국문화원 1년만에 전시 재개…'코로나 속 시간 디지털화'

입력 2021-07-10 01:14  

주독한국문화원 1년만에 전시 재개…'코로나 속 시간 디지털화'
90대 1의 경쟁 뚫고 선정된 작가 6인의 공모기획전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주독일한국문화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 끝에 1년 만에 전시를 재개했다.
다음 달 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문화원이 주영국한국문화원과 '무(無)-과거 또는 미래의 모든 것'을 주제로 공동으로 작품을 공모해 선정한 작가 6인의 공모기획전이다.
'시간의 영향'을 주제로 한 이번 공모전에는 모두 507명이 응모해 9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문화원 측은 밝혔다.


영국 테이트모던 수석큐레이터인 이숙경 위원과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독일 미디어 이론가 지그프리트 칠린스키 교수는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디지털화로 시간이 더 추상적이 됐고, 시간의 가치를 포착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더해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시간은 상품일 뿐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화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 움직임이 제한되고 모든 사회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시간의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 쾰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혜영 작가는 6m 길이의 설치물인 '타임피스'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미세하게 유도된 움직임이 섬세한 울림을 낳고, 이로 인해 배터리 충전량이 감소하면 속도가 느려져 시간의 경과를 보여준다.
신 작가는 울림과 움직임, 형태, 재료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관심을 두고 있고 이는 작품의 출발점이 된다고 밝혔다.


노연 작가는 시인 이상의 반식민지적 언어적 유희와 역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의성을 수학적 해독을 통해 재조명한 '견고한 삼각형 같은 그림'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김우진 작가의 '기억1'은 제주 사투리를 받아쓰는 과정의 어려움을 보여주면서 표준어와의 간극을 드러내 단일민족 단일언어라는 신화의 파괴를 시도하는 작품이다. 또 '완벽한 엔딩의 전주'는 한국과 대만, 홍콩에서 인터뷰를 통해 특정 국가나 지역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언어가 사라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유장우 작가는 크로노사이클 그래프법을 활용해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 현대인의 모습을 포착했고, 갈라 벨 작가는 가치, 취향, 계층구조 및 불합리한 노동의 개념을 주제로 한 작품을, 사라 더피 작가는 자신이 쓴 시가 담긴 영상작품을 각각 소개했다.
이번 공모기획전은 오는 11월 영국 런던에 있는 주영 한국문화원으로 자리를 옮겨 이어질 예정이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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