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용주 이보배 김다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정부가 준비한 소비 진작 방안의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소비쿠폰·바우처, 지역사랑·온누리상품권 등을 활용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소비'를 유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방역 여건이 급격히 악화했다.
당장 내달 초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캐시백의 연기가 점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캐시백을 아예 없던 일로 하고 그 예산을 취약계층 지원에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카드 사용액 증가분을 포인트로 환급해주는 상생소비지원금의 시행 시기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8∼10월에서 9∼11월로 늦추는 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방역 안정이 최우선이고 시작 시점은 방역당국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캐시백은 소비 여력이 있는 사람은 동네 식당에서 외식도 하고 미용실·헬스장 등에도 다니면서 돈을 쓰라고 장려하는 정책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소비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 정책에는 코로나19가 일정 수준으로 통제되고 백신 접종도 점차 확대돼 내수 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대면 소비를 권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수도권은 12일부터 2주간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돼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이 사적으로 모일 수 없다. 최대한 외출하지 말고 집에 머무르라는 게 방역당국의 메시지다.
문제는 현 상황만 놓고 보면 내달 초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눈에 띄게 진정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현 수준이 유지되면 이달 말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천400명, 상황이 악화하면 2천140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 안팎에선 캐시백 정책을 아예 취소하고 여기에 편성된 1조1천억원의 예산을 4단계 거리두기로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 등을 두텁게 지원하는 데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으로 6천억원만 배정했는데 수천억원대의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민지원금 대상이 소득 하위 8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되면 캐시백을 없던 일로 하자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국민지원금을 못 받는 20%를 달래야 할 필요성은 사라지고 국민지원금 재정 소요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민지원금의 경우 준비 작업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일러도 8월 말에야 지급될 예정이어서 당장 방역 정책과의 충돌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이런 소비 진작책 논의가 방역 완화 신호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 소비 진작책을 쓰고 다시 코로나19가 번지면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일이 반복되면 오히려 자영업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소비 진작책을 쓰더라도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50%가 되면 외식·체육·영화·전시·공연 소비쿠폰의 사용을 재개하고 프로스포츠 관람권 쿠폰을 신규 가동하겠다고 예고했는데, 50% 접종률 기준이 충분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전파력이 빠른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백신을 맞은 후에도 감염되는 돌파 감염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전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1차 접종자는 총 1천557만3천316명으로 전체 인구의 30.3%다. 정부는 8월 중으로 접종률 50%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소비 쿠폰 재개 계획을 짰다.
이와 관련해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은 지난 7일 "코로나19 전개 상황을 주시하면서 방역당국과 상황별로 정책 추진 시기 등을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느 정도의 소비는 필요하지만 들떠서 축제 분위기로 가면 안 된다"며 "조심스럽게 선별적으로 차등 지원을 해서 꼭 필요한 소비 위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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