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배달·세금계산·택배픽업·꽃선물…'은행 앱'의 변신

입력 2021-07-11 07:01  

음식배달·세금계산·택배픽업·꽃선물…'은행 앱'의 변신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은행들이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생활금융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은행 앱에 금융 서비스 외에 각종 비금융·생활 편의 서비스들을 경쟁적으로 탑재하며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신한 쏠(SOL)' 내 라이프 플랫폼에서 소비, 재테크, 재미 등으로 카테고리를 구성해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전기차 가격조회 서비스'가 있다. 제조사별, 지자체별 보조금, 할인가 등을 조회해 차량 가격과 차량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부동산 및 관련 금융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부동산 플랫폼 '쏠랜드(SOL Land)'도 있다. 매물, 분양 및 청약, 경매 등의 부동산 콘텐츠를 고객의 거주지와 관심 지역, 보유 금융상품 등 고객 정보와 결합해 개별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12월 출시를 목표로 '신한 쏠'에서 음식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라이더 전용 대출 상품, 플랫폼과 매출 대금 기반 대출 및 선정산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의 편의성도 높이고 소상공인들이 정산을 빨리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KB스타뱅킹' 앱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세금계산기 서비스'를 오픈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서비스다. 양도소득세, 취득세, 증여세,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총 4개 세금 계산이 가능하며, 향후 금융소득종합과세, 상속세 계산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KB스타뱅킹' 앱에는 카메라 촬영만으로 공과금 납부가 가능한 서비스도 있다. 공과금 용지를 들고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납부하는 불편을 없앴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택배 예약/조회 서비스'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WON뱅킹'을 통해 고객들이 택배를 신청하면 택배기사가 집에 방문해 물품을 수거할 수도 있고, 본인이 지정한 편의점에 물건을 맡기면 택배기사가 픽업해가는 서비스를 연내 개시 목표로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은 소비자들의 할인 결제 트렌드를 반영해 '제로페이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도 출시했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을 비롯해 제로페이에서 판매하는 모든 종류의 모바일 상품권을 '우리WON뱅킹' 앱에서 최대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를 통해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미납·환불 통행료를 쉽고 간편하게 조회해 납부·환불 신청을 할 수 있는 '고속도로 통행료' 서비스, 개인 간의 금전대차 거래에 대한 차용증 작성을 돕는 '차용증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원더카', 차 정비 멤버십 구매 시 주유·세차·정비 할인을 해주는 '오토 오아시스', 우리 집 예상 세금을 확인하는 '택스 맵', 부킹닷컴 호텔 최저가를 검색하는 '마이버킷리스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는 택시 호출 등 모빌리티, 부동산 직거래 등으로 생활금융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올원뱅크'에서 지로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공과금 용지를 촬영해 간편하게 납부할 수 있는 'OCR지로납부', 인기제품과 신선한 농산물을 추첨을 통해 파격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는 '핫딜' 등의 생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NH농협은행은 3분기에는 '올원뱅크'를 통해 꽃다발, 화환, 난 등을 주문하는 전국 꽃 배달 및 꽃 정기구독 서비스, 택배를 신청하면 택배기사가 집, 사무실 등에 직접 방문해 택배 배송을 하는 서비스, 프리미엄 농·축산물을 공동 구매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외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공통으로 진단서 등 병원 증빙서류 없이도 은행 앱을 통해 간편하게 의료비, 약제비 등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이런 시도는 은행 앱이 단순히 금융거래만을 위해 찾는 곳이 되면, 금융서비스로 영역을 빠르게 넓혀오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들에 점점 고객을 뺏기게 될 거란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비대면에 익숙한 미래 금융시장의 핵심 고객인 'MZ세대'를 유치하고, 장기적으로 고객의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해 상품·서비스 개발에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앱은 금융 서비스 이용이라는 뚜렷한 목적성이 있을 때만 활용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기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 앱들이 정보검색 및 대화 등을 위해 일상 속에서 빈번히 활용되다가 자연스럽게 상품 구입, 결제, 자금 이체 같은 뱅킹 서비스 등으로 사용자를 유도해가는 상황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은행권도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탑재해 기존 플랫폼이 단순 금융거래만을 위해 찾던 앱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다양한 니즈에 맞춘 활용이 가능하고 이런 활용이 뱅킹 서비스 이용으로까지 연결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더 많은 고객 확보와 플랫폼 활용도 상승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각종 플랫폼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은 메인 앱의 MAU(월간활동이용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MAU가 중요한 것은 오픈뱅킹 시대, 주거래 은행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시대에 기존 고객을 지키면서 다른 은행 고객을 뺏어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며 "MZ세대 등 확보를 위해 주로 젊은 층을 겨냥한 서비스를 추가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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