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암살' 아이티 권력투쟁…취임못한 총리는 "내가 책임자"

입력 2021-07-11 03:24   수정 2021-07-12 11:33

'대통령 암살' 아이티 권력투쟁…취임못한 총리는 "내가 책임자"
암살후 임시총리가 국정 수습중…상원은 자체 임시대통령 지명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아이티에서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누가 정국을 수습할 총리를 맡을지가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상원은 자체적으로 임시 대통령을 지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 7일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이후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가 아이티의 국정 책임을 맡고 있다.
조제프는 지난 4월 조제프 주트 총리가 갑자기 사임하자 외교장관에서 임시 총리로 임명됐다.
아이티는 지난 7일 관보 특별호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총리와 내각이 통치한다고 밝혔고, 마티아스 피에르 선거장관도 오는 9월 26일 대통령 및 의원 선거 때까지 조제프 총리가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제프 총리는 15일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암살 이후 정부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아이티에는 대통령 유고시 대법원장이 권한을 승계하는 1987년 헌법과 의회가 투표를 통해 임시 대통령을 뽑는 2012년 개정 헌법이 있다.
그런데 2012년 개정 내용이 프랑스어로는 반영됐지만, 또 다른 공용어인 크레올어로는 번역되지 않아 두 헌법이 함께 존재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문제는 두 헌법을 모두 적용해봐도 후계자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르네 실베스트르 대법원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망해 1987년 헌법의 적용 대상이 없다.
그간 아이티의 정국 혼란 탓에 의회 선거가 제때 치러지지 못해 하원의원 전체, 상원의원 3분의 2가 임기가 끝난 상태다. 2012년 헌법을 통해 의회가 임시 대통령을 선출할 길도 막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사 출신의 아리엘 앙리가 최고 권력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모이즈 대통령 피살 이틀 전에 조제프 총리를 대신할 새 총리로 지명됐지만 공식 취임 선서는 하지 못했다.
앙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조제프 임시 총리가 아닌 자신이 아이티를 이끌어야 하고 그에 부합하는 새 정부를 꾸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새 내각은 정파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현재 선거위원회를 새로 구성할 것이고, 이 위원회가 새로운 선거일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26일인 선거일이 바뀔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아이티 상원은 9일 조제프 랑베르 상원의장을 모이즈 대통령을 대신할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조제프 총리를 향해 앙리에게 권한을 이양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랑베르 의장이 임시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하원은 아예 없고 상원 의원 역시 정원 30명 중 10명밖에 남지 않아 임시 대통령 선출이 가능한 정족수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아이티 대통령 사후에 경쟁자 간 권력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 뒤 "암살 직전 지명된 총리가 주도권을 주장하면서 권력투쟁이 태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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