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수도권 집값…강남권이 끌고 외곽지역 따라가고

입력 2021-07-12 06:01  

다시 뛰는 수도권 집값…강남권이 끌고 외곽지역 따라가고
강남 아파트 '가격 천장' 높여놔…압구정 한양 210㎡ 1년새 18억원 뛴 66억원
도봉구 아파트값 반년새 17.5%↑·노원 16.1%↑
서울서 밀려나는 수요 영향 경기·인천 집값 고공행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재건축·GTX 등 호재가 계속 공급되면서 요즘은 다시 집값이 오르고 있어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노원구 상계동 H 공인 대표)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이후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오히려 최근 더 강해진 모습이다.
정부의 다중 규제와 공급 대책,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거래절벽' 상황은 심화하고 있지만, 집값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아 무주택자와 정책 당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의 집값 상승은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오르는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는 인근 수도권 지역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 규제 비웃듯 오름폭 키우는 서울 아파트값…8주 연속 0.1%대 상승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최근 8주 연속 0.1%대 상승률을 이어가며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올해 1월 첫째 주부터 2월 첫째 주까지 0.06%에서 0.10%까지 매주 상승 폭을 키우다가 수도권 3기 신도시 추가 공급 계획이 담긴 2·4 대책 발표 이후 오름폭이 줄기 시작해 4월 첫째 주엔 0.05%까지 안정됐다.
그러나 '선거 바람'이 불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V'자 형태로 반등했고, 최근까지 매주 상승 폭을 키우며 지난주에는 0.15% 올라 1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서울 집값은 강남권 초고가 단지가 끌고, 중저가 아파트가 밀면서 오르는 모양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의 한강변·재건축 추진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가격 천장을 크게 높여 놓자 비강남권 아파트값이 아직 저렴하다고 느껴지는 착시현상이 있다"며 "여기에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서울에 못지않게 오르면서 서울 집값이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심리가 작용해 중저가 아파트값이 가격 키 맞추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천장 높이는 강남아파트…압구정 한양 210㎡ 1년새 18억원 뛰어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값은 최근까지도 쉬지 않고 오르며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격 천장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주택동향 통계에 따르면 강남구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2천335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2년 전(1천770만원)과 비교하면 564만원 올라 상승액 기준으로도 서울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국민주택 규모인 85㎡ 아파트로 따지면, 2년 사이 약 15억원에서 19억8천만원으로 5억원 가깝게 뛴 셈이다.
강남구에 이어 서초구의 ㎡당 아파트값이 2천74만원, 송파구가 1천699만원으로 조사돼 강남 3구가 1∼3위를 모두 차지했다.
송파구는 2년 전(1천181만원)과 비교하면 85㎡ 아파트값이 10억원에서 14억4천만원 수준으로 올랐고, 서초구는 2년 사이 13억2천만원에서 17억6천만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상승액 기준으로 보면 송파구는 2위, 서초구는 4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8차 전용면적 210.1㎡는 지난 9일 66억원(15층)에 매매가 이뤄지며 2년 전(43억8천만원·15층)보다 무려 22억2천만원 뛰었다. 1년 전(47억8천만원·5층)과 비교하면 18억2천만원 올랐다.
이 거래는 지난 4월 말 서울시가 압구정동 등 4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이후 압구정동에서 신고된 첫 거래다.
압구정동 A 공인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이 지역 아파트 거래는 사실상 정지된 상태이지만, 머잖아 재건축 속도가 붙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호가는 오히려 올라 거래가 됐다 하면 신고가"라며 "여전히 실거주 가능한 자산가들의 문의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 서울 외곽·수도권 '가격 키 맞추기'…'GTX 효과' 가세
서울 외곽과 수도권 아파트값도 광역급행철도(GTX) 호재 등을 안고 급등했다.
KB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크게 뛴 지역은 도봉구로, 6개월 동안 상승률이 17.5%에 달했다.
이어 노원구(16.1%), 동작구(12.9%), 구로구(11.7%), 강동구(11.4%) 등의 순으로, 외곽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호재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강남·도심권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는 집값이 20∼30대 등의 실수요를 끌어당기면서 중저가 단지의 가격도 '키 맞추기'에 들어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 도봉구는 창동역 일대 복합개발 계획에 따른 기대감으로, 노원구는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비껴간 '풍선 효과'로 최근 집값 상승세가 특히 가파르다.
노원구의 경우 준공 30년이 지난 상계동 주공아파트 상당수가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집값이 크게 치솟고 있다.
상계주공6단지 58.01㎡는 지난 6일 9억원(12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작년 12월(6억5천만∼7억4천만원) 이후 6개월 만에 1억6천만∼2억5천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마포구(10.7%), 관악구(10.5%), 양천구(10.3%), 성동·강서구(10.2%) 등도 10% 넘게 상승하며 가격 상승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 외곽에서 밀려난 수요는 경기·인천 등의 집값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원의 주간 통계 기준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광역시·도는 인천(12.35%)과 경기(10.81%) 순으로, 서울(2.45%) 상승률의 4.4∼5.0배에 달한다.
경기에서는 의왕시(23.63%), 시흥시(22.00%), 안산시(20.20%), 안양 동안구(19.07%), 인천에서는 연수(18.60%)·서구(12.97%) 등 GTX 등의 교통 호재로 서울 접근성 개선 기대감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안양 동안구 금정역호계푸르지오 84.93㎡는 5월 9억5천만원(9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작년 12월(7억1천500만원·1층) 이후 6개월 사이 2억3천500만원 올랐다.
정부는 이달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되면서 공급 기대감에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무주택 실수요자층을 다독이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본청약에서 실제 입주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고 전매제한이 최대 10년에 이르는 만큼 청약 대기자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윤 연구원은 "이달부터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한도가 최대 4억원까지 확대되면서 높아진 레버리지를 활용한 매매 수요가 기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분위기"라며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이어지며 아파트값이 '키 맞추기'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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