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내전에 살상 훈련받은 엘리트 군 출신들 많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의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이들 중 상당수는 군인 출신의 콜롬비아인들이다.
카리브해를 사이에 둔 같은 중남미 국가라는 것 외에는 아이티와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는 콜롬비아의 전직 군인들이 어쩌다 외국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것일까.
11일(현지시간) 외신과 콜롬비아 언론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아이티 대통령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콜롬비아인들은 누군가가 고용한 '용병'들로 추정된다.
아이티 경찰은 지난 7일 발생한 모이즈 대통령 암살에 콜롬비아인 26명과 아이티계 미국인 2명이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들을 외국 용병으로 지칭했다.
콜롬비아 당국은 자국적 용의자 중 최소 17명이 2018∼2020년 전역한 군 출신으로 보인다며, 4개의 기업이 이들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용병 고용을 원하는 이들에게 콜롬비아는 인기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성인 남성의 군 복무가 의무인 콜롬비아에선 반세기 동안 이어진 반군과의 치열한 내전, 마약 조직과의 전쟁 등으로 고도로 훈련된 군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르면 40대 이전에도 전역하는 군인들이 낮은 연금에 의존하는 대신 군 경력을 살려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도 많다.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도 "콜롬비아 용병은 훈련돼 있고, 저렴하며, 이용 가능한 자원이 많다"며 오랜 내전과 미국에서의 훈련 경험 등 덕에 콜롬비아 군인들이 전 세계에서 인정을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훈련받은 경험이 있고 반란 진압이나 도시 대테러 업무 등에 경험을 쌓은 군인들이 주된 영입 대상이라고 한 군 관계자가 로이터에 전했다.
콜롬비아 육군 사령관인 루이스 페르난도 나바로 장군은 "콜롬비아 군인들이 용병으로 고용돼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오래된 문제였다. 그걸 금지하는 법도 없다"며 "가령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도 상당한 수의 콜롬비아 군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워싱턴중남미사무소의 애덤 아이잭슨 소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오랜 전쟁으로 콜롬비아엔 살상 훈련을 받은 이들이 넘쳐난다"며 "이들은 중동 등의 민간기업에 고용돼 콜롬비아군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번다"고 말했다.
이번에 아이티 경찰에 사살됐거나 체포된 콜롬비아 전직 군인들도 최근 전역 후 민간회사에 고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어떤 임무로 고용됐는지, 아이티 대통령 암살과 관련된 일인지 사전에 알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일부 용의자들은 자신이 미국 보안회사에 경호 인력으로 채용됐다고 가족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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