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부분 망원경 자체 예비 장치로 대체 시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의 눈 역할을 해온 허블 우주망원경이 컴퓨터 고장으로 관측을 중단한 지 13일로 만 한 달이 된다.
망원경의 각종 과학 장비를 통제,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페이로드 컴퓨터'가 작동을 멈춘 뒤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르면 금주 초에 새로운 시도로 페이로드 컴퓨터가 설치된 '과학 장비 명령 및 데이터 처리 유닛'(SI C&DH)의 일부 장치를 예비(백업) 장치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12일 NASA와 외신 등에 따르면 NASA는 지난주 SI C&DH의 장치를 예비 장치로 대체하는 절차에 대한 모의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추가 점검과 준비를 거쳐 실제 대체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페이로드 컴퓨터가 정상 가동돼 천문 관측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블 망원경의 페이로드 컴퓨터는 1980년대에 개발된 'NASA 표준 우주선 컴퓨터-1'(NSSC-1)로, 망원경의 메인컴퓨터에 "정상"(keep-alive) 신호를 보내지 못해 과학 장비들이 자동으로 안전 모드에 진입하며 과학 관측이 중단됐다. 페이로드 컴퓨터 작동만 멈췄을 뿐 망원경과 과학 장비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NASA는 페이로드 컴퓨터 고장 직후부터 재부팅과 메모리 모듈 점검, 예비 컴퓨터 가동 등 다양한 복구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후 SI C&DH 내 전압조절 장치나 과학 장비에 명령어를 전달하고 수집한 관측 자료를 지구로 전송할 수 있게 준비하는 '명령어 유닛/과학자료 포매터'(CU/SDF)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예비장치로 대체할 준비를 해 왔다.
하지만 NASA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 작업이 지금까지 진행해온 복구 시도보다 더 복잡한 "위험한 일"이라며 "장비를 직접 만져가며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몹시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블 망원경은 각종 고장에 대비해 다양한 예비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대체 가동하는 데는 모의실험이 필요한 것으로 NASA는 밝히고 있다.
NASA는 지난 2008년에 허블 망원경이 CU/SDF 모듈 고장으로 2주간 작동하지 않을 때도 예비장치로 대체한 바 있다.
NASA는 1년 뒤 우주왕복선을 보내 허블 망원경에 대한 5번째이자 마지막 우주 수리를 진행하면서 SI C&DH 전체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허블은 이후 60만 회에 걸쳐 추가 관측을 해왔다.
지금 고장 난 것이 당시 설치한 것으로, 현재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중단돼 지구 560㎞ 상공에 떠 있는 허블 망원경을 직접 수리할 방안이 없다.
NASA는 지난 1990년에 배치돼 31년째 가동 중인 허블 망원경이 이번 고비를 넘기면 앞으로 수년은 더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말 발사될 차세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원적외선 영역에만 특화돼 있어, 근자외선과 가시광, 근적외선 영역을 관측할 수 있는 허블 망원경의 운용이 길어질수록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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