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그라이 내전으로 수천명 사망·수십만명 피란…기근 극심
야권 인사들 투옥·5분의 1 지역 선거 연기로 공정성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에티오피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압승했으나 수천 명을 죽음으로 내몬 내전 책임자의 재집권과 선거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에티오피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 번영당이 총 436석 가운데 410석을 차지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8년 4월 전임 총리의 사임으로 권력을 잡았던 아비 아머드(44) 총리는 첫 정치적 시험대인 이번 총선에서 대승을 거둬 최소 5년의 집권 기간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지난 1년간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치러진 데다 티그라이에서 정부군과 지역 세력간에 벌어진 내전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고통받고 있는 터라 여전히 우려가 크다고 미국 CNN과 영국 BBC 방송 등이 11일 전했다.
에티오피아에서 복수 정당 선거가 치러진 것은 16년 만이지만, 야권은 반정부 인사들이 투옥 중이고 투표가 불가한 지역도 많았던 만큼 온전한 선거가 아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지역구 총 547개 중 100곳 이상에서 치안 불안과 방역, 자재 운송 등 문제로 투표가 연기됐다. 이들 지역에선 9월 6일에야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야당 '사회정의를 위한 에티오피아 시민'은 많은 지역에서 선거 감시인들이 지역 관리들과 무장조직의 방해를 받았다며 고소 200건 이상을 제기했다.
아머드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선거의 공정성 논란을 일축하면서 "역사적으로 가장 포괄적인 선거"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머드 총리가 인도주의 위기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다는 점도 선거 의미를 퇴색하고 있다.
그는 이웃 국가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의 화해를 일군 공로로 2019년 노벨평화상을 탔으나 불과 1년 만에 티그라이 내전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군은 지난해 11월 티그라이에서 지역정부 집권당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다며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이후 티그라이에서 수천 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은 TPLF가 지난달 28일 주도 메켈레를 재장악하자 급히 휴전을 선포하고 티그라이를 떠났다.
그러나 계속 전기와 통신이 차단돼 주민들은 식량과 연료 부족으로 쓰러져 가고 있다. 정부와 TPLF는 물자 차단의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미루고 있다.
티그라이는 오는 9월 치러질 2차 선거 지역에서도 제외됐다.
BBC는 "이번 선거는 국제사회에서 아머드 총리의 평판을 개선하는 데 별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의 다음 행보에 국내외의 시선이 몰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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