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개시 평화협상, 올해 들어 중단…탈레반도 대표단 파견할 듯
탈레반 세력 확장 속 "도시 내 전투 원하지 않는다"며 항복 권유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서 내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아프간 정부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 재개 움직임이 포착됐다.
1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프간 고위 인사 8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탈레반과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주 카타르 도하로 향한다.
정부 측 대표단에는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이 포함됐다.
탈레반도 자체 고위급 대표단을 꾸려 정부 측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오는 16일께 양측이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도하에는 탈레반의 대외 창구인 정치사무소가 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은 지난해 9월부터 도하에서 평화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탈레반 포로 석방, 아프간 내 외국군 지속 주둔 가능성, 새 정부 체제 관련 이슬람 율법 이슈 등이 걸림돌이 되면서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탈레반이 자국에서 모든 외국군이 물러날 때까지 평화협상에 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이후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탈레반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애초 '철군 시한'인 5월 1일 대신 오는 9월 11일까지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뜻을 비치자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세력을 회복하면서 정부군 등과의 장기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탈레반은 지난 5월부터 미군이 본격적으로 철수를 시작하자 정부군 장악 지역을 차례로 점령해 나가고 있다.
탈레반은 현재 시골과 도시 주변 지역 중심으로 세력을 크게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칸다하르, 가즈니 등 주요 도시를 포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은 도시 내에서의 정부군과 전투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 고위 지도자인 아미르 칸 무타키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산악과 사막에서 벌어지던 전투가 도시의 입구까지 도달했다"며 우리는 도시 내에서 전투를 원하지 않으며 대신 상대가 항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탈레반은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상전에서 잇따라 승리하고, 미군이 철수하면서 현재 아프간 영토의 85%를 우리가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탈레반이 실제로 아프간을 어느 정도 장악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군 장악 지역이 잇따라 탈레반에게 넘어가기는 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군이 반격에 성공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북부 전략 요충지 타카르주의 압둘라 칼루크 주지사는 11일 로이터통신에 공습 지원 덕분에 탈레반의 공격을 격퇴했다며 "탈레반은 55명이 사망하고 90명이 다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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