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이타적 행동 동기는 동정·죄책감보단 친밀·사회적 유대감"

입력 2021-07-14 12:08  

[사이테크 플러스] "이타적 행동 동기는 동정·죄책감보단 친밀·사회적 유대감"
미국 연구팀 생쥐 실험 결과
"유전·종족적으로 가까울 때만 도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생쥐도 어려움을 만난 동료를 구하는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10년 전 실험에서 밝혀져 큰 화제가 됐다. 생쥐의 이런 행동은 동정이나 죄책감보다는 사회적 유대감이나 친밀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새로운 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다니엘라 카우퍼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e라이프'(eLife)에서 실험 결과 생쥐는 어려움에 부닥친 동료를 구할 때 유전적·종족적으로 가깝고 소중한 쥐를 외부자보다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카우퍼 교수는 " 어려움에 부닥친 쥐의 집단 정체성이 신경 반응과 도움을 주려는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는 인간도 이와 같은 신경 편향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쥐의 이타적 행동 같은 공감 반응을 활성화하는 뇌 신경망이 있는지, 그리고 이런 뇌 신경망이 사람에게도 있는지 밝혀내는 연구를 해왔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 생쥐들을 유전적·종족적으로 가까운 쥐끼리 또는 그렇지 않은 쥐와 짝을 지어 60쌍을 만든 뒤, 한 마리는 투명한 유리 실린더에 가두고 한 마리는 주변에 놓아두고 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실린더 밖에 있는 모든 쥐가 갇혀 있는 쥐에 대해 공감 반응을 꾸준히 보였으나 실제로 실린더 문에 기대거나 머리를 부딪히면서 갇혀 있는 동료를 구하려는 행동은 갇힌 쥐가 유전적·종족적으로 가까운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카우퍼 박사는 "놀랍게도 공감과 관련된 신경망은 어려움에 직면한 동료가 같은 그룹이든 아니든 항상 활성화되지만, 보상 신호와 관련된 신경망은 어려움이 처한 동료가 같은 그룹에 속한 경우에만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섬유 광측정, 면역조직화학, 칼슘 영상 촬영과 다른 진단 기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쥐의 공감 능력은 전전두엽 피질, 뇌의 감각 및 이마바닥 영역과 관련이 있는 반면, 도움 결정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하는 보상 센터인 측좌핵 활동과 관련이 있었다.
모든 쥐가 어려움에 놓인 동료를 보고 공감 반응을 하지만 이런 공감이 실제로 도와주는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도와주는 쥐의 신경보상회로가 활성화돼야 하며, 신경보상회로 활성화는 갇혀 있는 쥐가 유전적·종족적으로 같은 그룹에 속할 때만 일어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인발 벤-아미 바탈 교수는 "쥐도 공감 및 도움과 관련해 사람과 유사한 신경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동료를 돌보는 것이 포유동물이 공유하고 있는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족주의와 종교, 인종 간 갈등 등을 완화하는 데는 단순히 공감을 확대하려는 것보다 사람들이 같은 그룹에 속한다는 의식을 확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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