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캐릭터 직원, 백인우월주의 신호 보내다 포착돼
(애틀랜타=연합뉴스) 이종원 통신원 =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놀이공원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공원 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OK 손가락' 표시 때문에 거액의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OK'라는 의미로 사용돼 온 손가락 표시가 백인 우월주의와 결부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현지언론 '올랜도 센티넬'에 따르면 두 가족이 지난 달 플로리다주 오렌지 카운티 법원에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두 가족은 각각 2019년 2월과 3월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했고, 각각 혼혈인 5살과 흑인인 6살 자녀는 인기 애니메이션 '슈퍼배드'의 인형 탈을 쓴 직원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사진 촬영 후 인형 탈을 쓴 직원이 자녀들에게 'OK 손가락' 표시를 만들어 보인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통상 엄지와 검지를 붙여 원을 만들고, 다른 세 손가락은 곧게 펴는 손동작은 어떤 일이 잘됐거나 승낙을 의미하는 'OK'라는 뜻으로 오랫동안 통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이 손짓을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손 모양을 아래쪽으로 만들 경우 '백인의 힘'(white power)의 첫 글자인 W와 P와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흑인인 게이시 모레노 가족은 소장에서 "인형 탈을 쓴 직원은 이 손짓이 백인우월주의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의 상사는 그런 손짓을 방치했다"며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차별적 행동이 반복되는 동안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모레노 가족은 2019년 8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연락해 이 사건의 조사를 요청했으나, 스튜디오 측은 상품권과 무료입장권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들 가족은 "정신적 충격, 모욕,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보았다"며 모두 10만달러(1억1천500만원) 이상의 피해보상금을 요구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관해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튜디오 측은 그러나 USA투데이 인터뷰에서는 문제의 손짓을 한 직원은 해고됐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2017년부터 OK 손짓이 극우 웹사이트에서 백인우월주의를 나타내는 신호로 사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손짓은 2019년 뉴질랜드 모스크(이슬람사원) 총격 사건으로 무슬림 51명을 살해한 호주의 백인 우월주의자 브렌턴 태런트가 법정에서 OK 표시를 만들어 보이며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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