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주의회 점입가경…민주 집단도주에 '정족수 미달'
공화 "돌아오면 바로 체포"…회기 내 복귀할지는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공화당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법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이색적인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 주의회의 투표권 규제법안을 저지하려고 민주당 의원들이 주를 떠나자 공화당은 체포조를 꾸렸다.
미국 CNBC방송,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13일(현지시간) 주 의사당을 비운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잡기 위해 경찰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텍사스주 공화당 의원들이 추진하는 투표 규제강화 법안이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공석 사태로 처리 불가능해진 데 따른 조치다.
최소 58명에 달하는 텍사스주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법안 통과를 막으려고 전날 단체로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DC로 떠났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당일 오전에 법안 가운데 하나를 표결에 부치려고 했을 때 출석한 하원의원들은 80명에 불과했다.
이는 텍사스주 하원(전체 150석) 의결정족수 3분의 2에 미달하는 것으로 법안 처리에 그대로 제동이 걸렸다.
공화당은 텍사스 하원에서 83석을 보유해 민주당(67석)이 전원 반대라더라도 과반 찬성으로 법안을 가결할 수 있다.
텍사스주 공화당은 의회와 관련한 법규를 적용해 민주당 의원들을 끌고 와 의사당에 강제로 앉히겠다는 입장이다.
그레그 애벗(공화) 텍사스 주지사는 민주당 의원들이 다시 텍사스주에 발을 들이는 순간 체포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벗 주지사는 "주헌법에 따르면 출석하지 않는 의원들이 체포되도록 할 권한이 의사당에 남아있는 의원들에게 있지만 체포는 텍사스주 내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떠날 때 돌아올 시간을 정해두지 않았고 회기 내에 돌아올지 불투명하다.
투표권 제한법안의 처리를 위해 애벗 주지사가 요청한 텍사스 주의회 특별회기는 이날까지 26일이 남은 상태다.
라파엘 안치아(민주)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민주당원으로서 단결했다"며 "주의회의 어떤 비민주적인 노력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DC로 자리를 옮긴 민주당 의원들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등을 만나 현안을 둘러싼 의견을 교환했다.
현재 미국 여야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두고 접점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공화당은 작년 11월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난무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의 연장선에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공화당은 주 단위에서 선거법 개정안들을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보수 아성인 텍사스에서 공화당이 추진하는 법안에는 ▲ 24시간 투표 금지 ▲ 드라이브스루 투표 금지 ▲ 미리 요구하지 않은 유권자에 대한 부재자 투표지 발송 금지 ▲ 우편투표 신원확인 강화 ▲ 규정을 위반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 강화 ▲ 투표자에 대한 편의제공 제한 등이 담겼다.
민주당은 투표권 확대가 억제돼 민주주의가 저해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유색인종, 저소득 노동자 등 지지층의 투표 참여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에 반해 공화당은 해당 법안이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절실한 조치를 담고 있다며 투표권이 제한될 것이라는 민주당 주장은 허구라고 반박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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