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밀폐공간에서도 겁먹지 않아
양팔 위로 뻗어 에어포켓 찾은 후 호흡
배수관 끝이 나올거라 믿고 기다려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폭우 속에 놀던 미국의 어린 소년이 빗물 배수관에 빠졌으나 순발력 있게 대처해 목숨을 건졌다.
1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세인트클레어카운티에 사는 서베스천 칼데론(13)은 지난 10일 친구와 놀던 중 개울에 빠진 공을 건지러 들어갔다가 폭우로 거세진 물살에 휩쓸리며 빗물 배수관 안으로 빠져들어갔다.
그러나 어린 소년은 어둡고 밀폐된 배수관 안에서 800m나 떠내려가면서도 정신을 놓지 않고 살기 위해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배수관에 빨려 들어간 후 공기가 머무는 공간인 에어포켓(air pocket)을 찾기 위해 양팔을 위로 뻗어 빈공간을 찾아 호흡했다. 급류 때문에 호흡이 쉽지 않았지만 양팔로 에어포켓을 느끼며 계속 머리를 위로 내밀어 숨을 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소년은 배수관의 끝이 언젠가 나올거라 믿고 당황하지 않고 기다렸다.
서베스천은 "그냥 계속 흘러갔다. 물이 나를 배수관 끝까지 데려가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수관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며 "숨을 쉬기 위해 물 위로 떠 오르려고 시도하던 중 몇 차례 머리를 부딪치기도 했고 다리를 긁혔을 분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서베스천은 신고를 받고 빗물 배수관이 끝나는 지점에 미리 도착해 기다리던 구조대에 무사히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처음 사고를 목격한 마을 주민 크리스티 스토더드씨가 서베스천을 구하려고 뛰어들었지만, 물살이 워낙 거세 실패했다.
스토더드씨 역시 배수관 안으로 빨려 들어갈 뻔했지만 옆에 있던 남편에 의해 간신히 구조됐다.
사고 당시 서베스천과 함께 놀던 다른 소년은 "친구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너무 두려웠다"면서 "사고 후 바로 친구의 부모 집으로 달려가 알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마을 주민은 "지난 6년 동안 홍수는 마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같은 날 미주리주에서는 폭우로 불어 난 물에 가족이 탄 차가 빗물 배수구로 빨려 들어가 12살 소녀가 사망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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