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산 낙태약 한국인 대상 별도 임상없이 허가 신청"

입력 2021-07-15 06:30  

"영국산 낙태약 한국인 대상 별도 임상없이 허가 신청"
식약처 "가교 임상 생략하고 허가 절차 밟는 방안 검토"
산부인과 학계서 의견 팽팽…"두 성분 복합 임상 필요" vs "해외서 안전성 입증"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영국산 먹는 낙태약 '미프지미소'의 국내 도입을 위한 정부의 심사가 시작된 가운데 한국인 대상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거쳐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프지미소의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한 현대약품[004310]의 요청에 따라 이 의약품의 가교 임상을 생략하고 허가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교 임상은 글로벌 임상 시험에서 증명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를 한국인 대상으로 비교해서 다시 검증하는 시험을 말한다.
미프지미소의 가교 임상을 할 경우 임신한 여성을 임상 대상자로 모집하고 약물 반응을 추적 관찰해야 하므로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프지미소는 현대약품이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Linepharma International)에서 국내 판권과 독점 공급권을 도입한 낙태약이다.
유산 유도 성분 '미페프리스톤' 200㎎ 1정과 자궁경관 숙화를 통해 분만을 유도하는 성분 '미소프로스톨' 200㎍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제품이다.
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는 글로벌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지만, 한국 여성에 투여된 데이터는 없는 상황이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에서는 가교 임상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해외 연구는 대부분 미페프리스톤 단일제에 관한 것"이라며 "미페프리스톤을 복용한 후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면 어떤 약리적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가교 임상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약물 낙태 도입이 늦춰진다는 이유로 이를 생략한다는 건 식약처의 직무유기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페프리스톤이 해외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고, 미소프로스톨 역시 국내에서도 분만유도에 쓰이는 제품임으로 가교 임상을 생략하고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단국대 의과대학 산부인과 부교수를 지낸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통화에서 "외국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성분이라 (가교 임상 없이) 허가해도 괜찮을 것"이라며 "이미 한국인과 유전적 소인이 비슷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 이사는 그러면서 "여성 건강을 위한 필수 의료에 해당하는 부분이기에 신속하게 도입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프지미소는 호주와 캐나다에서 허가받아 판매 중이며, 미국 의학 연구기관 가이너티 건강 프로젝트(Gynuity Health Projects)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 단일제품인 '미프진'의 경우 미국, 중국, 태국 등 70개 넘는 나라에서 허가를 내렸다.
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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