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폭동·약탈 엿새째 확산…식료품 공급 위기

입력 2021-07-14 18:26  

남아공 폭동·약탈 엿새째 확산…식료품 공급 위기
남아공 최대 정유회사, 일시적으로 공장 폐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폭동과 약탈이 사그라지지 않고 엿새째 계속 확산하는 모양새다.
물자를 실어나르는 트럭 수십대가 불타고 주요 도로가 차단되면서 식료품 공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현지 보도채널 eNCA방송,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폭도들은 이날도 정부의 중단 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점 약탈을 계속했다.
이번 폭동은 지난 8일 법정모독 혐의로 수감된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출신 지역인 동남부 콰줄루나탈주의 여러 도시에서 쇼핑몰과 물류창고가 약탈되거나 방화되는 방식으로 주로 진행돼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와 인근 하우텡주로 번졌다.
그러나 간밤에는 하우텡주 동쪽에 있는 음푸말랑가와 노던케이프로도 폭동이 이어졌다고 경찰이 성명에서 발표했다.
콰줄루나탈주의 항구도시인 더반에서도 이날 약탈이 계속된 가운데 더반에 있는 남아공 최대 정유회사인 사프레프(SAPREF)는 소요 때문에 공장 문을 일시적으로 닫는다고 발표했다.
소요의 진원지 역할을 한 더반에서는 잇단 대형마트와 물류창고 약탈로 인해 빵과 우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식료품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남아공 소비재 협의회에 따르면 폭도들이 최소 800곳의 가게에서 식료품, 전자제품, 의약품 등을 약탈해 소매점의 손실이 현재 50억 랜드(약 3천900억 원)로 추산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남아공 주류협회도 콰줄루나탈의 사브밀러 아프리카&아시아 대형창고 2곳이 약탈과 함께 불에 타고 600곳 이상의 소매 및 주류 판매점이 손상을 입고 일부는 파괴됐다면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다.
도로운송협회는 트럭 35대 이상이 파괴돼 물류회사들에 최소 3억 랜드의 손해를 안겼다고 추산했다. 이로 인해 최대 물동항인 더반과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를 연결하는 주요 고속도로가 폐쇄돼 식료품과 다른 필수품의 수송도 차단됐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은 이날 긴급 안전공지에서 "하우텡 지역에서 폭도들의 움직임이 대형 쇼핑몰에 대한 군병력 투입과 경찰 대응 강화로 약탈 대상을 소매상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면서 자영업을 하는 교민들에게 가게를 열지 말고 좀더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도 봉쇄령 등으로 힘든 가운데 역내기구인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회는 남아공의 소요가 아프리카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온라인매체 뉴스24가 전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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