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 행정명령 승인…유네스코 위험유산 등재 전망에 대응 차원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수상도시 베네치아 석호 내 역사지구에서 내달 1일부터 더는 대형 크루즈선을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13일(현지시간) 내각회의를 열어 관련 행정명령을 승인했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2만5천t급 이상이거나 선체 길이 180m 이상 또는 높이 35m 이상의 초대형 크루즈선은 산마르코 광장과 산마르코 대성당 등 유적이 즐비한 역사지구 물길에 들어올 수 없다.
해당 크루즈선은 대신 본토의 컨테이너항인 마르게라항을 이용해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으로 1억5천700만 유로(약 2천128억 원)를 투입해 마르게라항에 임시 크루즈선 정박 시설을 마련하는 한편, 차후 석호 밖 영구 선착장 건립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당국은 지난 4월에도 비슷한 행정명령을 승인했으나, 당시에는 시행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선언적 조처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탈리아 정부의 이번 행정명령 승인은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위원회가 베네치아 석호를 '위험에 처한 유산' 목록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유네스코 자문위원들은 초대형 크루즈선에 의해 지역 문화유산이 위협받고 있다며 위험에 처한 유산 명단에 올릴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를 결정할 유네스코 총회는 이달 16∼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118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베네치아와 석호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보호받고 있다.
유네스코는 그동안 초대형 크루즈선이 연약한 중세·르네상스 시대 건축물의 수명을 단축하고 세계 유일무이한 석호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며 지속해서 운항 제한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유네스코의 압박으로 이탈리아 당국도 지난 2013년과 2017년 대형 크루즈선의 역사지구 수로 진입을 금지하려 했으나 크루즈선 업계와 지역 상권의 반발 등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베네치아에서는 작년 2월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형 크루즈선이 정상 운항을 하지 못하다가 당국의 방역 제한 조처 완화에 따라 지난달 초 운항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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