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사무총장 "어린이들이 홍역 등 예방 가능한 질병에 걸릴 위험"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전 세계에서 최소 1천700만명의 어린이가 다른 백신을 맞을 기회를 놓쳤다는 추정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 세계보건기구(WHO), 범미보건기구(PAHO)의 연구자들은 이날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을 통해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2020년에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고 커다란 혼란을 초래하면서 일상적인 예방 접종 서비스가 냉혹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연구자들은 1980년부터 2019년까지 예방 접종 자료를 분석한 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더라면 일반적인 예방 접종이 얼마나 이뤄졌을지 추정했다.
그 결과 작년 1∼12월 세계적으로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P) 백신의 3차 접종 대상 어린이 중 3천만명이, 홍역 백신 1차 접종 대상 어린이 중 2천720만명이 각각 접종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했을 때보다 DTP 백신 3차와 홍역 백신 1차 접종을 놓친 어린이가 각각 850만명과 890만명 많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는 저소득 국가들뿐 아니라 고소득 국가들의 어린이 예방 접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들이 다른 백신 접종을 놓친 상황을 시기별로 보면 지난해 4월이 가장 심각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고 의료 시스템도 악화하면서 어린이 백신 접종에 불똥이 튄 것이다.
WHO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이날 별도 자료를 통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어린이 2천300만명이 기본적이고 일상적 백신 접종을 놓쳤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2019년보다 370만명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WHO에 따르면 DTP 백신의 1차 접종을 놓친 어린이가 큰 폭으로 늘어난 10개국은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멕시코, 모잠비크, 앙골라, 탄자니아,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로 파악됐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어린이들이 홍역, 소아마비, 뇌수막염 등 예방 가능한 질병에 걸릴 위험에 처했다며 "어린이 예방 접종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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