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민간인으로 위장한 최정예 특수부대원을 투입하는 용도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공군의 특수작전기가 15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에 착륙했다.
1979년 미국이 대만 대신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 이래로 미국 군용기가 대만 땅에 착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5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입법회(국회) 외교국방위 소속인 왕딩위(王定宇)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이날 아침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날아온 미군 특수작전기인 C-146A가 타이베이 쑹산(松山)공항에 착륙했다가 10여분 만에 다시 날아갔다고 공개했다.
왕 의원은 "이 군용기가 임시 정비를 위해 도착했는지, 화물이나 사람을 싣고 대만에 왔는지, 화물이나 사람을 싣고 대만을 떠난 것인지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으나 (미국과 대만)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정확할 것"이라며 미국 군용기의 도착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 대만 정부는 공식적으로 C-146A의 대만 착륙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울프하운드'라고 불리는 C-146A는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한 미 최정예 특수부대원을 수송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최대 27명의 승객 또는 2.7t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특수작전기 착륙을 통해 미국이 자국 군용기의 대만 착륙 관례화를 밀어붙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6일 태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등 자국 의원 3명이 대만을 방문하는 데 군의 대형 전략 수송기인 C-17(글로브마스터)를 지원했다.
당시 이 군용기는 한국의 오산 기지에서 출발해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했다가 그날 대만을 떠났다.
미중 수교 이후 40여 년간 미 군용기가 대만에 착륙한 적이 일부 있기는 했지만 모두 의도치 않은 불시착을 했거나 재난 물자 지원, 외교관 환자 긴급 후송 등 목적에 국한된 것이다.
이와 달리 지난달부터 미군의 최정예 병력을 세계에 신속히 투사하는 핵심 전력인 C-17과 C-146A이 잇따라 대만에 착륙한 것은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과의 관계를 한층 긴밀히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왕 의원은 "이 항공기의 대만 도착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미국이 대만과 어떤 교류를 하든지 이는 우리 일이니 그들(중국)은 참견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 독립까지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마지노선을 치기는 했지만 치열한 미중 신냉전의 최전선이자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지역인 대만을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경제·안보·보건 등 다방면에에서 대만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오후 우첸(吳謙)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이 불장난을 멈추고 즉각 도발적 행동을 중단하라고 정면으로 경고한다"며 "대만 독립분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음으로써 대만해협의 위기와 긴장을 가중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어떤 외부의 항공기가 우리 영공에 들어온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 단호하게 '대만 독립' 기도를 분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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