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경찰청장 "허가 없이 이뤄져" vs 축구협회 "협의했다" 반박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우승컵을 거머쥔 이탈리아에서 축하 퍼레이드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했다.
앞서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은 결승전 하루 뒤인 12일(현지시간) 로마 시내에서 지붕이 없는 버스를 타고 현장에 운집한 수천 명의 팬과 유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후 현지에서는 심상치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위험한 축제'였다는 비판론이 비등했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로마시 경찰청장은 14일(현지시간) 발간된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오픈 버스 퍼레이드가 사실은 허가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로마 시경과 이탈리아축구협회(FIGC)는 지난 9일 유로 2020 우승을 대비한 치안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FIGC는 12일 오후 대통령·총리 관저에서의 공식 축하 행사를 마친 뒤 로마 시내에서 오픈 버스 퍼레이드를 하겠다며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시경은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어렵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당일인 12일 오전 FIGC는 오픈 버스 퍼레이드 대신 로마 중심에 있는 포폴로 광장에서 팬들을 위한 축하 행사를 하자는 절충안을 내놨고, 시경도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보고 이를 수락했다.
광장은 인원 통제가 가능한데다 다중 운집 시의 방역 수칙에 따라 팬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양측은 아울러 이동 시 지붕이 있는 일반 버스를 이용하기로 조율했다.
하지만 당일 오후 FIGC가 이러한 합의를 어기고 오픈 버스 퍼레이드를 강행했다는 게 피안테도시 청장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미 거리에 수천 명의 팬이 운집한 상황에서 뒤늦게 대표팀의 오픈 버스 퍼레이드를 제지할 경우 더 큰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안에서 가능한 한 최선의 관리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표팀의 주축 수비수로 활약한 조르조 키엘리니와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선수단을 대신해 오픈 버스 퍼레이드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FIGC는 피안테도시 청장의 인터뷰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FIGC는 14일 성명을 내어 수많은 팬이 운집한 당일 현장 상황을 보고 일반 버스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 다시 시경과 오픈 버스 퍼레이드 여부를 협의했고 시경도 이에 공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책임 있게 행동해왔으며 무엇보다 정부와 팬을 존중한다"면서 "국가적인 환희의 순간이 분열적 이슈로 변질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탈리아의 많은 보건 전문가들은 유로 대회 기간 내내 이뤄진 단체 응원과 우승 이후의 대규모 거리 퍼레이드 축제의 여파가 조만간 신규 확진 통계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4일 기준 이탈리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천153명으로 지난달 10일 이후 한 달 만에 2천 명 선을 넘어섰다. 한동안 1% 이하를 유지하던 확진율도 다시 1%대로 올라섰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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