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한자릿수에서 700명대로 늘어나 확진자…느슨한 대응 정부에 부담
백신 영향으로 중증·사망 적지만 전문가들은 방역강화 목소리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백신 접종 선도국 이스라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 속에 갈림길에 섰다.
지난달 15일 최후까지 남아 있던 개인 방역 수단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당시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이스라엘의 하루 신규확진자는 한 달 만에 700명대로 껑충 뛰었다.
12일 761명, 13일 756명에 이어 14일에도 765명이 보고됐다.
한때 집단면역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던 이스라엘의 최근 상황은 지배종이 된 델타 변이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출범한 이스라엘 연립정부의 대응은 너무 느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가 이끄는 새 연정 출범 이후 이스라엘이 내놓은 대책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부활, 외국인 개별 여행객 입국 허용 일정 연기 등이 전부다.
오히려 이스라엘은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설정했던 입국자 등의 격리 기간을 14일에서 7일로 단축하는 등 일부 조치는 완화하기도 했다.
베네트 총리는 14일(현지시간) 델타 변이 대응 전략 발표 회견에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백신 접종을 권고한 것 이외 다른 규제는 내놓지 않았다.
그는 "모두가 부지런하고 단호하게 대응한다면 봉쇄 없이도 5주 안에 델타 변이를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의 경제활동과 이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 없이 실내 마스크 착용 등 최소한의 조치만으로 델타 변이에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이스라엘 정부의 대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중증 환자와 사망자 통계다.
최근 신규확진자 급증으로 한때 200명대까지 줄었던 '전파력을 가진 확진자'(active case) 수는 6천400명대로 늘었지만, 중증 환자는 50명 선에 불과하며, 사망자도 많은 경우 하루 1∼2명이 보고되는 정도다.
이는 결국 높은 백신 접종률이 형성한 일종의 보호막으로, 확진자 수 급증에도 시민이나 보건 당국이 패닉에 빠지지 않고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이른바 '돌파 감염' 사례나 백신 접종에도 중증의 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인도발 델타 변이와 델타 플러스 변이, 남미발 람다 변이 등 끊임없이 생겨나는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과 치명률, 백신 회피 가능성 등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어서 계속 느슨한 대응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베네트 총리도 "(감염 확산을)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여기며 방관하면 확진자 수가 치솟고 결국 봉쇄 조치를 해야 한다"며 시민의 협조 없이는 현재의 느슨한 대응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좀 더 강력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건 당국 역시 행사와 모임의 인원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고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전했다.
이스라엘 최대 의료기관인 셰바 메디컬 센터의 감염병 책임자인 갈리아 라하브 박사도 군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비록 봉쇄를 논하지 않더라도 강제적인 (방역 조치) 집행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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