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대 연구팀, 낮 동안의 경험정보가 수면 중 뇌에서 정리되는 과정 분석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 정도를 잠으로 보낸다. 잠잘 때 뇌는 전날 경험한 일과 학습 내용 등을 장단기 기억으로 바꾸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억을 형성하는 구체적인 뇌 활동 메커니즘은 비밀에 싸여 있다.
잠자는 동안 뇌 활동을 관찰한 결과 해마가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한 정보를 대뇌피질로 보내면 이 정보가 재생되면서 신경세포 간 연결이 만들어지고 보상 관련 정보들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대 소피 슈워츠 교수팀은 16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과 뇌전도(EEG)를 결합해 잠잘 때 뇌가 그날 경험한 일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분류하는 과정을 관찰,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른 저녁에 자원자들에게 MRI 속에서 얼굴인식 게임과 3차원 미로찾기 게임을 하게 하고 fMRI와 EEG로 뇌 활동을 측정했다. 두 게임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매우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은 실험 참가자가 한 가지만 이길 수 있도록 조작해 이긴 게임과 진 게임에 대한 정보 처리 때 뇌의 차이점도 관찰했다.
이어 실험 참가자들에게 MRI 속에서 1~2시간 잠을 자게 하면서 뇌 활동을 측정하고, 이를 게임을 하는 동안 측정한 뇌 활동과 비교했다.
슈워츠 교수는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EEG와 2초마다 뇌 활동을 촬영하는 fMRI를 결합한 뒤 '해독기'를 사용해 게임을 할 때 나타난 뇌 활동이 수면 중에 자연스럽게 다시 나타나는지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깨어 있을 때와 잠잘 때의 뇌 MRI를 비교한 결과 숙면 중 뇌 활동 패턴이 게임을 할 때 기록된 것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 저자인 버지니 스테퍼니치 박사는 "(잠든 다음) 뇌는 깨어있을 때 한 게임 중에서 진 게임보다는 이긴 게임을 떠올리는 게 분명하다"며 "잠들자마자 뇌 활동이 변하는데 실험 참가자들은 두 게임을 떠올리기 시작한 뒤 숙면에 접어들면 이긴 게임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틀 후 실험 참가자들에게 얼굴 인식 게임에 나온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지와 미로찾기 게임의 출발점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으로 기억력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수면 중 뇌 영역이 더 많이 활성화된 게임일수록 실험 참가자들이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긴 게임처럼 긍정적 감정(보상)과 관련된 사건을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잠잘 때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이들 뇌 부위가 어떻게 기억을 강화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잠잘 때 일어나는 뇌 활동을 관찰하고 이 활동이 어떤 경험과 관련이 있는지 분석하는 해독기를 개발했다며 이 연구가 매일 밤 잠자는 뇌와 뇌가 하는 놀라운 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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