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슨 탑승한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 여객기보다 탄소배출 60배 많아
재등장 준비하는 초음속 여객기, 혁신일까 그린워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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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하늘길이 수직으로는 우주까지 뻗고 수평으로는 시간이 단축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억만장자들의 경쟁 속에 우주관광은 가시권에 들어왔고, 20년 가까이 사라졌던 초음속 여객기도 재등장할 채비를 서두른다.
하늘길에서 빠르게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혁신의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혁신의 부작용은 어디로 미칠까.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선 'VSS 유니티'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지구 상공을 넘어 우주 공간 초입까지 날아올랐다.
이 회사 창업자인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은 승선원 6명 중 한 명이었다.
우주관광이 조만간 상용화되고 재력 있는 일반인이 탑승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버진 갤럭틱이 최근 올린 우주선 탑승권 가격은 25만 달러(2억8천500만원)다.
이번 우주 비행 성공에 전 세계에서 환호성이 울렸다.
환호성을 뒤로 하고 이번 비행에 관해 짚어봐야 할 지점 중 하나로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
어떤 연료가 얼마나 사용됐느냐다. VSS 유니티의 여행에는 상당량의 액체 연료와 고체 연료가 필요했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0일 VSS 유니티의 연료 소비를 분석하면서 1인당 평균 마일당 탄소 배출량이 12㎏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상업용 여객기가 1인당 평균 마일당 0.2㎏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비교해 60배나 많이 나온 것이다.
우주 비행선과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미미한 여객기는 철도 등 대중교통과 비교해 탄소 배출이 많다고 문제시돼왔다.
지금이야 우주 비행선이 희귀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은 사실 별문제는 안 된다. 그러나 우주 관광이 본격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우주 관광이 우주 탐사의 길을 재촉해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시민이 지구 환경의 악화라는 결과만 받아든다면, 이를 보완할 지점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다만,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전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의 우주 비행선 '뉴 셰퍼드'는 연료가 액화수소다.
액화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만, 우주 비행선이 직접 화석연료를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비교해서는 상당히 적다.
우주관광과 함께 최근 초음속 여객기의 재등장 예고도 항공 혁신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항공 스타트업 '붐슈퍼소닉'은 초음속 여객기 '오버추어'를 개발 중이다.
최근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오버추어를 15대 사전 주문하고 35대를 옵션을 달아 추가로 구매하는 계획을 했다.
초음속 여객기는 1976년대 취항했다가 2003년 사라진 콩코드기에 이어 다시 초음속 여행 시대를 연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품게 한다.
오버추어는 마하 1.7(시속 2080㎞)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마하 1 이상의 속도를 초음속이라고 한다.
오버추어가 취항하면 현재 7시간 정도 걸리는 뉴욕∼런던의 여행시간이 3시간 30분으로 줄어든다.
붐슈퍼소닉은 2025년까지 초음속기를 완성해 2029년 여객 서비스 운영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오버추어의 예상 승객 인원은 50∼60명 정도다. 탑승권 가격이 일반 여객기와 비교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지만, 재력가들과 시간을 금쪽같이 여기는 기업인들에게는 별다른 부담이 안 될 테다.
오버추어의 연료와 탄소 배출은 어떨까.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 따르면 초음속 여객기는 일반 여객기와 비교해 3∼5배 많은 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추산됐다.
승객 1인당으로는 5∼7배 많은 연료가 소비될 것으로 분석됐다.
붐슈퍼소닉은 오버추어가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를 사용한다고 한다. 기존 항공유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85%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연료다.
그런데 가격이 기존 항공유와 비교해 3배 정도 비싼데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오버추어 15대가 유럽연합(EU) 전체에서 생산될 SAF보다 2배 많은 양을 필요로 한다고 ICCT는 주장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지난달 14일 초음속 여객기를 분석한 기사에서 이런 이유로 지속가능한 초음속 여객기에 대한 주장이 모순일 수 있기 때문에 비평가들이 그린워싱(green washing·친환경 이미지로의 위장)이라며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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