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휴지통에 버린 기저귀 문제 삼아
평소에도 똑같이 했는데 그날만 지적
"당신네 사람들"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30대 엄마가 비행기 안에서 아기 기저귀를 간 뒤 휴지통에 버렸다가 '생물학적 위험' 행동을 했다는 오명을 쓰고 탑승금지 명단에 오르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17일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내분비 전문의인 파라 나즈 칸(34)은 지난 9일 남편과 두 돌도 안 된 딸을 데리고 몬태나에서 휴스턴으로 향하는 메사항공의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칸은 비행 중 비행기 뒤편에 설치된 기저귀 갈이대에서 딸의 기저귀를 갈고 봉지에 넣어 화장실 휴지통에 버렸다.
칸이 자리로 돌아오자 남성 승무원이 다가와 "방금 기저귀를 버렸냐"며 "그건 생물학적인 위험(biohazard)"이라고 쏘아붙였다. "가능하면 회수하라"고도 덧붙였다.
칸은 휴지통을 뒤지며 기저귀를 찾았는데, "매우 모욕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다른 승무원한테 기저귀를 담을 쓰레기봉투를 요구하자 "화장실에 기저귀를 버리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칸은 다시 처음 승무원을 불러 대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소리를 지르며 상대하기를 거부했다.
목적지 도착 후 칸은 기저귀를 가지고 나왔고 항공사에 불편 민원을 접수했다. 그는 "그동안 항상 비행기에서 딸의 기저귀를 갈고 휴지통에 버려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목소리를 듣고 바로 그에게 모욕을 줬던 승무원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승무원은 "오늘 비행 중 '생물재해' 사건으로 당신을 탑승 금지 명단에 추가했다"고 말했다.
3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승무원은 또 "당신네 사람들(You people)은 어디나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다"며 "사람들이 당신네 아이들 목소리를 듣지 않고 그냥 평화로운 비행을 원하는 것을 모르겠냐"고 공격했다.
남아시아계 무슬림인 칸은 이를 "모독"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신네 사람들'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경멸적인 어조로 들렸다"고 전했다.
항공사 측에서는 "고객이 접수한 내용이 승무원의 행동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후 항공사 측에서 두 차례 연락을 받았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사과 한마디 없었으며, 승무원이 그녀의 연락처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칸은 이번 일에 대해 "소송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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