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2위' 국가주석에 "생산되면 협상 진행"…위탁생산·기술이전도 거론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들 외에 주베트남 한국대사도 간담회 참석
한인회장 "교민용 백신 배정해달라" 요청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백신을 자체 개발중인 SK가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백신을 우선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전달해 귀추가 주목된다.
베트남에서 국가주석은 서기장에 이어 권력 서열 2위로 외교와 국방을 관장한다.
19일 복수의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SK 관계자는 지난 15일 오후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이 주재한 한국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 1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자체 개발한 백신이 생산되면 우선적으로 베트남에 제공할 수 있도록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푹 주석은 반색하면서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고 다른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푹 주석이 백신 기술 협력을 요청하자 위탁 생산 및 기술 지원과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향후 SK는 베트남 제약업체를 상대로 설비 업그레이드 및 기술 지원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그는 대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SK가 베트남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할 분야는 제약이라고 강조하면서 적합한 파트너를 물색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기 전에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와 화상회의를 했다"면서 "이때 논의한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앞서 SK 관계자는 지난달 25일에도 베트남 보건부 응우옌 탄 롱 장관과 만나 백신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말까지 인구 9천800만명 중 70%에 대해 백신 접종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백신 물량 부족으로 인해 올해 말까지 18세 이상 인구의 50%, 내년 3월말까지 70%에 대해 접종을 마치겠다면서 당초 계획을 하향 조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현재 투트랙으로 백신 자체 개발을 진행중이다.
이중 A프로젝트는 임상 1상이 마무리됐고 B프로젝트는 현재 임상 2상이 진행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위탁생산 계약을 한 뒤 올해 2월 첫 생산분을 출하했다.
또 미국 노바백스와도 지난해 8월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데 이어 올해 2월 기술 이전 계약을 추가했다.
위탁생산의 경우 본사 납품만 가능한데 비해 기술이전 계약은 수익 배분을 정하고 생산 및 판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삼성전자 관계자도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모더나 경영진과 베트남과의 연결 고리를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SK가 여러가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서 참석자들 모두가 놀랐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SK 외에도 삼성전자, 포스코, 대우건설, LG전자, 한화, 롯데 등 한국기업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박노완 대사 등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직원들을 비롯해 윤상호 하노이한인회 회장과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 김한용 회장도 나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교민들을 위한 백신 보급을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요청이 한인회에서 제기됐다.
윤 회장은 "우선 한인사회를 위해 백신 1만 회분이라도 배정해달라"고 말했고 이에 푹 주석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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