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 물이 안나온다"며 트럼프때 완화된 규정 제자리로 환원

입력 2021-07-16 23:57  

"샤워기 물이 안나온다"며 트럼프때 완화된 규정 제자리로 환원
'수탉머리' 트럼프 "완벽한 헤어스타일 유지해야 한다"며 규정 완화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샤워기 물이 적게 나온다는 불만을 표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 완화한 샤워기 물 분사량 규제가 원위치로 돌아온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1992년 샤워기에서 분당 2.5갤런(9.5ℓ) 이상의 물을 분사하도록 제조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물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는 조처였다.
이후 여러 개의 노즐이 달린 샤워기가 출시되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3년 각 노즐에서 나오는 물의 총량을 기준으로 분사량을 다시 규정했다.
예를 들어 샤워기에 4개의 노즐이 있을 경우 이 4개 노즐에서 나오는 물의 총량이 2.5갤런을 넘어선 안 된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말기이던 작년 12월 이 규정이 완화했다. 여러 개 노즐이 있으면 총량이 아니라 노즐 하나당 나오는 물의 양을 2.5갤런에 맞추면 되도록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완벽하게 유지해야 한다면서 오바마 행정부 때 규제에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샤워기 꼭지 문제를 꺼낸 뒤 "샤워를 하려 해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손을 씻고 싶어도 물이 안 나온다"고 불평했다.
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그저 더 오래 서 있거나 샤워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고?"라면서 "여러분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헤어스타일 때문에…. 이것은 완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머리에 살짝 볼륨을 주고 옆머리를 빗어넘긴 뒤 스프레이로 고정한 밝은 금색의 독특한 '수탉 머리' 스타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다.
부동산 재벌 시절부터 수십 년간 같은 스타일을 유지할 정도로 헤어 스타일에 집착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초반 TV쇼 '어프렌티스' 호스트를 할 당시 머리 손질 비용으로만 7만 달러를 세액공제 받았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부는 샤워기의 물 분사량 규정을 2013년 때로 환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물을 절약하고 에너지 사용료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규정 변경으로 인해 실제 변화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게 AP통신의 설명이다.
비록 작년 12월 분사량을 완화한 규정이 발표됐지만 상당수 업체는 여전히 2013년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부 자료에 따르면 1만2천499개의 샤워기 꼭지 중 74%가 2013년 규정에도 못 미치는 분당 2갤런(7.5ℓ) 이하의 물을 분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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