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리적…'백신내성' 변이 나올 최적의 환경"
"과학강국 왜 그러냐…다른 나라 모방할까 걱정"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모든 규제를 오는 19일 해제하기로 한 데 대해 국제적으로 전염병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1천2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영국의 규제 완화가 백신에 내성이 있는 변이들이 나올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국제의학 학술지 랜싯에 서한을 보냈다.
과학자들은 또 이날 유튜브로 실시간으로 중계된 회의를 열고 영국 정부의 규제 해제가 가져올 문제점들을 논의했다.
뉴질랜드 보건부의 코로나19 자문역인 아미클 베이커 오타고대 교수는 회의에서 영국의 접근법에 놀랐다면서 영국이 기본적인 공공 보건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 자문위원인 호세 마틴-모레노 발렌시아대 교수는 "우리는 영국이 가진 과학적 지식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의 정치적인 이유로 영국을 모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임상운영연구실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나 패겔 교수는 "영국이 글로벌 여행 허브이기 때문에 영국의 지배종은 다른 국가들로 퍼져나갈 것"이라며 "영국의 정책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랜싯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영국 정부가 위험하고 비윤리적인 실험을 시작했다고 여긴다"면서 "우리는 규제 완화 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런던퀸메리대 전염병 학자인 디피 구어다사니는 회의에서 "세계는 현재 영국에서 전개되는 위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위터에서 "착각하지 말자. 우리는 정부가 많은 사람에게 만성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아이들에게 최대한 노출시키는 조치를 하는 나라에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의 회의는 비영리단체 주최로 열렸다.
영국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사적 모임 규모 제한 등 거의 모든 코로나19 규제를 해제한다.
병원과 공항 등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는 1m 이상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규정도 풀린다.
영국은 애초 지난달 21일에 모든 규제를 풀려고 했으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연기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는 성인 인구의 87%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2차 접종까지 마친 비율은 성인 인구의 66%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델타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매일 3만명 넘게 발생하고 있다.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전날 열린 한 웨비나에서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과 규제 해제로 몇주 안에 감염 상황이 "상당히 무서운"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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