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림 감독 신작 첫 공개…송강호·이병헌·임시완 참석
송강호 "심사하느라 함께 못 봤다. 서울 가 꼭 보겠다" 너스레
(칸=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제74회 칸 국제 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16일(현지시간) 밤 10시 15분. '팔레 데 페스티발' 뤼미에르 대극장의 2천 석이 넘는 좌석이 만석이 됐다.
칸 영화제가 비경쟁 부문에 초청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을 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은 자정이 훌쩍 지나 영화가 막을 내릴 때까지 147분 동안 함께 호흡했다.
한 감독을 비롯해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이 레드카펫에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나왔고, 그 열기는 네 사람이 극장에 입장할 때까지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이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배우 송강호가 화면에 잡힐 때는 유독 환호 소리가 커졌다.
영화는 한 번 이륙하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결코 도망칠 수 없는 비행기에서 발생한, 전례 없는 위기에 대처하는 온갖 군상을 그린다.
하와이 호놀룰루를 향하는 여객기 안의 대혼란과 어떻게든 여기에 대응하려는 지상에서의 고군분투를 씨줄과 날줄 삼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송강호가 연기한 베테랑 형사 인호가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돌파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피땀 흘리는 와중에 툭툭 내뱉는 대사는 관객들 사이에서 웃음을 여러 차례 끌어냈다.
도대체 다음 장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긴장감이 한껏 고조될 대로 고조됐다가 일순간에 해소될 때는 박수 소리가 연거푸 나왔다.
영화가 끝나고 화면에 제작진 명단이 올라오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휘파람 소리가 나왔다. 극장에 다시 불이 들어오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1층에서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은 한 감독과 배우들 좌석 근처로 다가와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며 그 순간을 기념했다.
환호를 뒤로 하고 마이크를 잡은 한 감독은 "처음으로 뤼미에르 극장에 와봤는데 장면마다 손뼉을 치고, 영화를 같이 즐기는 모습에 너무 행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어로 "너무 긴장된다"며 말문을 뗀 임시완은 함께 작품을 만든 "훌륭한 선배님들"에게 존경을 표시하고 "그저 오늘 밤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 속에 훌륭한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본지가 얼마나 됐나 생각하니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이상했다"며 "이런 좋은 경험을 하게 돼 너무 영광이고 감동적"이라고 전했다.
이번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이기도 한 송강호는 같은 시간대에 상영된 다른 작품을 심사하느라 영화를 함께 관람하지 못했다며 "서울에 가서 꼭 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송강호가 관객들이 영화를 재밌게 봤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한 관객이 한국말로 "재밌었어요"라고 우렁차게 외치기도 했다.
그간 칸 영화제 측은 경쟁 부문이건, 비경쟁 부문이건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경쟁 부문에서만 회견을 열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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