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 기울어진 산케이신문, 작년도 영업이익 69% 감소
일본 신문 구조적 위기…종합지 부수 10년간 28%↓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기자가 일본에 와서 주목한 것 중 하나는 신문 가격이었다. 한국보다 확연하게 비싸다.
한국 종합일간지의 한 달 구독료는 구독 신청 서비스업체인 '신문 114' 제시 금액 기준으로 1만5천∼2만원이다. 1년 약정하면 무료 구독 기간이 있다.
도쿄에서 일본 양대 종합 일간지인 요미우리(讀賣)신문과 아사히(朝日)신문을 구독(조간)하려면 한 달에 각각 4천250엔, 4천100엔을 내야 한다.
원화로 따지면 4만4천원, 4만2천400원 선이니 한국 신문 구독료의 두 배가 넘는다.
대표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구독료는 4천650엔으로 주요 신문 중 가장 비싼 축에 든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4천100엔이고 산케이(産經)신문은 3천34엔이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행되는 지방지인 도쿄신문 구독료는 3천200엔이다.
소득이나 물가 수준이 다르니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일본에서 한국의 2배 이상 가격에 팔리는 물건이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일본 독자들이 한국 독자들보다 신문에 '직접'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는 셈이다.
특정 재화가 비싸게 팔린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해당 제품의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더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문에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일본 신문의 기사에 대한 독자의 만족도가 한국보다 높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일본 신문이 '기사의 품질만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경품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신문 시장이 경품이나 무가지 등으로 혼란을 겪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으니 잠시 접어두고 일본 상황을 살펴보겠다.
일본의 경품 표시법 등은 신문사가 거래 금액의 8% 혹은 6개월 구독료의 8% 중 적은 쪽 범위에서 경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구독자 확보에 혈안이 돼 경품 한도를 위반한 사실이 최근 발각됐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행한 국가 폭력에 관해 뒤틀린 보도를 반복해 '우익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산케이(産經)신문이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산케이신문사 오사카(大阪) 판매국이 불법적인 경품을 제공한다는 익명 제보를 계기로 변호사 5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경품 표시법의 한도를 넘는 경품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쌀이나 맥주 세트 등 법정 금액 이내의 경품을 여러 개 제공하는 방식으로 한도 금액을 넘겼고 판매국이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런 행위를 권장하거나 용인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사는 경품 액수 한도를 초과해 2019년 3월 오사카부(府)로부터 재발 방지 조치 명령을 받았는데도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교묘하게 경품 공세를 반복한 셈이다.
결국 이즈카 히로히코(飯塚浩彦) 산케이신문사 사장은 "법령 위반을 반복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독자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무리한 영업은 경영 악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산케이신문사의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각각 16.7%, 69.2% 감소했다.
사실상의 여론 조작으로 문제를 일으킨 전력도 있다.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실시한 공동여론조사가 2019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년가량 조작된 것으로 작년 6월 드러났다.
사세가 기울어진 우익 매체가 불신을 자초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양상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 신문 산업도 너나없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발행 부수 변화에서 급격한 쇠락을 엿볼 수 있다.
일본신문협회의 자료를 보면 종합지 발행 부수는 2000년 약 4천740만 부였는데 2010년에는 5.3% 감소한 약 4천491만 부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3천245만 부를 기록해 10년 만에 27.7%나 줄었다.
종합지 외에 스포츠신문까지 포함해 2000년에는 가구당 신문 구독이 1.13부였는데 2010년 0.92부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0.61부로 쪼그라들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구독자를 확보했던 일본 신문도 최근에 급격하게 시장이 축소를 겪고 있는 셈이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구로야부 데쓰야(黑?哲哉) 씨가 공개한 일본 ABC 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업계 1위인 요미우리신문은 올해 3월 기준 약 715만 부가 팔렸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57만 부 줄어든 수준이다.
진보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아사히신문은 약 44만 부 줄어든 약 476만 부를 기록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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