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은 군부 거부하고 몰래 도움…시민들, 치료 장비도 직접 수입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국민을 향해 무차별로 총부리를 겨누던 쿠데타 군부의 수장도 협조를 요청하며 자세를 낮췄다.
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전날 국영TV를 통해 방영된 코로나19 회의에서 "일부는 위협 때문에 봉사를 할 생각을 못 하고, 일부는 봉사하고 싶지만 다른 이유와 어려움을 갖고 있다"면서 반 쿠데타 세력 때문에 시민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면서도 "이전에도 말했듯이 그들을 환영한다.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흘라잉 사령관의 발언은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군정의 힘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2월1일 군부 쿠데타 직후 의료진과 보건 관계자들이 주도적으로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하면서 미얀마 공공보건은 사실상 붕괴한 상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검사 건수도 이전 문민정부와 비교해 대폭 줄어들었고, 군부에 대한 반감으로 의료 및 보건 분야에서 봉사하는 이들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군부는 CDM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을 마구잡이로 체포·구금하고 있어 미얀마 내 코로나19 상황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미얀마 보건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전날 신규확진자 5천285명과 사망자 231명이 각각 발생했다.
누적 확진자 및 사망자도 22만9천521명과 5천명으로 각각 늘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특히 사망자는 이달 들어서만 50%가량 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로나19 감염자들이 병원 입원도 거부당한 채 집에서 머물고 있고, 이 과정에서 숨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확진자 및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CDM에 참여 중인 의료진은 군부 요청에는 응하지 않되, 전화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코로나19 환자들의 상담을 받거나 그들의 집으로 비밀리에 왕진을 하러 가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웅 찬 다(가명)씨는 연합뉴스에 "가족이 코로나19에 차례로 감염됐지만, 입원이 안돼 걱정했는데 CDM 참여 의사들의 무료 전화 상담으로 다행해 회복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양곤과 만달레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 2008년 14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나르기스 내습 당시처럼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군사 정권에 기대지 않고 시민들이 스스로 코로나19 역경을 헤쳐나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양곤에서는 국경을 접한 태국에서 산소통을 수입하기 위해 돈을 갹출하는 시민 모임이 있는가 하면, 북서부 사가잉 지역 시민들은 중국에서 치료용 산소발생기를 도입하기 위해 3만 달러(약 3천500만원)를 모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한 시민은 통신에 "우리는 정부가 없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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