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야생동물의 보고'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팜농장에 출몰하던 호랑이가 생포돼 언론에 공개됐다.
20일 서수마트라 천연자원보호국(BKSDA)에 따르면 서파사만군의 팜농장에 설치한 여러 개의 포획 장치 중 하나에 전날 오전 9시께 호랑이가 걸어 들어가면서 생포에 성공했다.
'칸티 마라마'라고 이름 붙여진 이 호랑이는 지난 14일부터 팜농장에 출몰해 농장 직원들과 인근 주민들을 겁에 질리게 했다.
수마트라 호랑이는 1970년대에는 1천마리 정도로 파악됐으나 산림파괴와 계속된 밀렵으로 야생에 현재 400∼600마리 정도만 남은 멸종위기종이다.
수마트라섬에서는 잊을만하면 호랑이가 민가로 내려와 사람을 물어 죽이는 일이 발생해 두려움의 대상인 동시에 밀렵꾼들의 값비싼 표적으로 여겨진다.
신고를 받은 천연자원보호국 직원들은 호랑이가 목격된 지역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자주 다니는 길목에 포획 장치를 설치했다.
당국은 포획한 호랑이를 보호구역에 풀어줄 계획이다.
수마트라섬은 수마트라 호랑이는 물론 수마트라 코끼리와 코뿔소, 오랑우탄 등이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보고이다.
호랑이가 생포된 날, 수마트라섬 페칸바루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자바늘보로리스'(Javan Slow Loris)와 천산갑 등 밀렵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바늘보로리스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자고, 느리게 움직이는 포유류로, 전통 약재나 애완동물용으로 밀렵당한다.
경찰은 자바늘보로리스를 마리당 400만∼600만 루피아(32만∼48만원)에, 호랑이 발톱은 1천500만 루피아(120만원)를 받고 중국 업자에게 약재와 화장품 재료로 넘기려 한 일당 5명을 체포했다.
지난 11일에는 수마트라섬 아체주의 한 마을에서 수마트라 코끼리 사체가 머리 없이 발견됐다.
야생동물 보호당국과 경찰은 "밀렵꾼이 상아를 노리고 코끼리를 독살한 뒤 머리를 잘라간 것으로 보인다"며 "살해된 코끼리의 나이는 12살 정도"라고 발표했다.
수마트라 코끼리는 수마트라섬에 분포하는 몸집이 작은 코끼리로, 삼림 벌채로 서식지가 줄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수마트라 코끼리를 30년 안에 멸종될 위기에 처한 동물로 꼽았으며 현재 야생에 2천 마리 안팎만 남아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