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마감인데 아직 인수의향서 제출 1곳도 없어
이스타항공 성공한 '스토킹 호스' 추진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쌍용차[003620]의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가 조만간 파산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쌍용차의 새 주인 찾기 작업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쌍용차의 인수의향서 접수가 이달 말로 예정된 가운데 아직 공개 입찰에 응한 인수 후보자가 없어 인수·합병(M&A) 성사는 불투명한 상태다.
20일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HAAH오토모티브는 미중 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중국 자동차를 수입해 미국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려던 계획을 접고 조만간 파산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HAAH오토모티브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거점을 둔 자동차 유통업체로, 중국 체리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반조립 상태에서 들여와 반타스와 티고 등의 브랜드로 판매할 예정이었다.
창업주인 듀크 헤일 최고경영자(CEO)는 "반타스와 티고는 지금 당장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자동차도, 부품도 수익이 없을 것"이라며 파산 신청 계획의 배경을 설명했다.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의 쌍용차 M&A 참여 가능성이 없어진 셈이다.
쌍용차 측은 HAAH오토모티브가 그동안 고정비 등의 부담에 투자 결정을 미뤄 왔던 데다 최근 미국 판매 전략을 담당해 온 임원들이 잇따라 퇴사하는 등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자 이미 HAAH오토모티브를 인수 후보군에서 사실상 배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다른 인수 후보군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그동안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와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쌍용차 인수 의향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으나 자금 동원력 등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로 쌍용차가 이달 말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한다고 공고했지만 아직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자동차 업체 등 해외에서 간혹 관심을 보이는 곳이 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논의가 더 진행되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며 "당분간 국내 기업 중에서 인수 후보자를 찾아야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 채권(약 3천900억원)과 이후 투자비용 등을 포함하면 실제 쌍용차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8천억∼1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이에 쌍용차와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 측은 M&A 성사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달 말인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을 비롯한 매각 일정이 줄줄이 순연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이 매각에 성공한 스토킹 호스 방식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스토킹 호스는 우선 매수권자(예비 인수자)를 선정해 놓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며, 입찰 무산 시 예비 인수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방식으로, 이스타항공은 골프장 관리·부동산임대업체인 ㈜성정에 우선 매수권을 부여한 뒤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다만 이스타항공의 인수대금이 1천87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쌍용차의 덩치가 커 인수 후보자 찾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EY한영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9천820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6천200억원)보다 3천620억원가량 더 높게 나왔다.
쌍용차는 이달 12일부터 평택공장 생산 라인을 주간 연속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며 직원 무급휴업에 돌입하는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매년 평균 150여명(자연 감소율 17%)의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 인원에 대해서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달 9일에는 평택시와 평택공장 이전·공장 건설을 위한 공동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새 부지에는 친환경차 생산을 위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다만 현 부지 매각 대금은 공장 건설에 대부분 사용될 예정이어서 당장의 유동성 확보와는 거리가 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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