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굶어 죽게 생겼다" 백기 내걸고 집단행동으로 압박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도권 등 자바섬·발리섬에 발령된 코로나 비상 제한조치가 4∼6주 연장될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5일만 연장됐다.
21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전날 저녁 유튜브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 사회활동 제한조치(Emergency PPKM) 적용을 5일 더 연장하고, 코로나 확산이 줄면 26일부터 단계적으로 제한을 완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비상조치는 코로나 전파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정책"이라며 "그렇게 해야 병원이 마비되지 않고, 코로나 이외의 중증 질환을 앓는 환자들도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궁은 26일부터 제한을 완화할 경우 기초 생필품을 파는 전통시장은 오후 8시까지, 그 밖의 전통시장은 오후 3시까지 최대 수용인원의 50% 입장을 조건으로 영업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발소·세탁소·자동차 세차장 등 소규모 업소는 오후 9시까지, 길거리 음식점은 1인당 최대 30분 이내 식사하는 조건으로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무증상·경증 환자를 위한 의료품 꾸러미 200만개를 배포할 것"이라며 "서민들을 위해 현금지원, 기초 급식 지원, 인터넷 지원 등을 위한 예산을 추가로 마련했고, 100만개의 영세 사업장에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달부터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이달 3일부터 20일까지 자바섬·발리섬 등에 비상 제한조치를 1차로 발령했다.
비상조치가 내려진 지역은 필수업종 외 100% 재택근무와 외식금지, 쇼핑몰과 상점 휴업, 교통량 제한 등의 규제를 따라야 한다.
당초 인도네시아 정부는 비상조치의 4∼6주 연장안에 무게를 실었으나 최근 여러 지방 도시 상인들이 비상조치에 반발하는 등 민심이 들썩이고 소요 조짐까지 보이자 '5일 연장'으로 급선회했다.
가뜩이나 작년부터 실업자·무급 휴직자가 늘어난 상황에 8월 말까지 비상조치 연장이 예상되자 상인들을 중심으로 "못 살겠다. 굶어 죽겠다"는 항의가 쏟아져 나왔고 이들이 집단행동으로 정부를 압박했다.
인도네시아쇼핑센터협회(APPBI)는 "쇼핑몰 문을 닫는 비상조치를 계속하면 전체 쇼핑센터 직원 28만명 가운데 30% 정도인 8만4천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회는 "쇼핑몰들은 지난해 코로나 타격을 간신히 버텨냈다"며 "비상조치가 더 길어지면 쇼핑몰 운영 측과 입점주들이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수마트라섬 반다르람풍에서는 상인들이 경찰을 향해 비상 제한조치에 불만을 터트리는 동영상이 녹화돼 SNS에 퍼졌다.
서부 자바 반둥에서는 노점 상인들이 백기를 내걸고 비상조치에 항의했다.
상인들은 "백기를 내건 것은 가진 돈이 다 떨어져서 더는 버틸 수가 없다고, 두 손 들었다는 뜻"이라며 "비상조치도 중요하지만, 경제가 다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코위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경제 파탄에 따른 소요사태를 우려해 '전면 봉쇄 불가론'을 지켜왔다.
인도네시아의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주 나흘 연속 5만명대를 기록한 뒤 주말 동안 검사 수가 줄면서 19일 3만4천명, 20일 3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확진자는 295만명, 누적 사망자는 7만6천200명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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