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매체 물난리 늑장보도 논란…당국 SNS 검열 의혹도(종합)

입력 2021-07-22 20:05   수정 2021-07-22 20:20

中관영매체 물난리 늑장보도 논란…당국 SNS 검열 의혹도(종합)
홍콩매체 "폭우 때 허난위성TV 항일드라마 방송…누리꾼 비판 쏟아져"
"소셜미디어서 피해상황 관련 영상·사진 검열·삭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이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상황에서 중국 관영매체들이 해당 소식을 늑장 보도해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고 홍콩 명보가 22일 보도했다.
지난 17일 오후 6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사흘간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鄭州)의 누적 강수량은 617.1㎜로, 정저우 연간 평균 강수량 640.8㎜에 근접하는 비가 쏟아졌다.
역대 최고의 폭우로 25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으며, 20만명 가까운 주민이 대피했다고 중국중앙방송(CCTV)이 21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허난성 당국은 '5천년 만의 폭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기간 중국 관영매체에서는 유럽의 홍수 피해소식은 전하면서 정작 허난성과 관련한 재난 방송은 제때 하지 않았고, 피해가 가장 컸던 20일에도 허난위성TV에서는 항일드라마가 방송돼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고 명보는 전했다.
베이징외국어대 퇴직 교수 잔장(展江)은 20일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허난위성TV는 항일드라마 방송을 중단하고 재난방송을 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웨이보를 통해 "허난위성TV 간부들이 조금이라도 인간미가 있고 책임감이 있다면 제발 항일 드라마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재난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재난 구호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한 누리꾼은 위챗을 통해 허난성 물난리가 처음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으나 중국중앙(CC)TV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고 대신 독일과 유럽 홍수 소식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민일보와 신화통신도 허난성 폭우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면서 "중국 주류매체들은 20일 밤 이후에야 보도를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누리꾼들은 관영매체들의 보도 내용도 문제 삼았다.
허난성 지역지인 다샹신문(大象新聞)은 20일 오후 9시 "갇혀있던 정저우 지하철 승객들이 차례로 대피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정저우 지하철 안에는 물이 차올라 승객 500여명이 갇혔고,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결국 12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부상자도 5명 나왔다.
누리꾼들은 "우리는 정저우 홍수 재해가 자연재해인지 인재인지 알고 싶을 뿐이다. 정저우와 허난성은 진실을 말하라"고 요구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당국이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의 자세한 피해 상황 관련 증언들을 검열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적대적인 외세가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물 속에서 건져냈으나 의식불명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영상이 웨이보에서 지워졌고, 생존자들의 목격담과 증언도 온라인 댓글창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한 지역 신문 기자는 재난 기사를 '긍정적인 면'에 맞춰 보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또 한 변호사는 21일 오전 '관계 기관'이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참사가 벌어진 정저우 지하철역에서 자신이 탈출한 과정을 올렸는데 당시 지하철 개찰구가 열려있지 않아 승객들이 탈출하면서 통행카드를 긁어야했다고 적었다.
그는 "과거 대만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의 탈출을 위해 지하철 개찰구가 열려있었는데 그때 내 경험과 비교해 이는 승객들을 온당하게 대우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SCMP는 20일 불어난 물에 휩쓸리지 않으려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으나 21일 오후께 대부분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중앙TV는 22일 현재 수해 관련 뉴스의 대부분을 당국의 구조 및 피해 복구 노력을 소개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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