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트롱 달 시료 채집과 같은 역할 기대"…2031년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 행성' 화성의 고대 호수 바닥에서 생명체 흔적 탐사에 나선 미국 항공우주국(NASA)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할 첫 암석 시료 채취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NASA는 21일(현지시간) 퍼서비어런스호가 앞으로 두 주 안에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 바닥에서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곳을 선택해 암석 시료를 채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료는 나중에 발사될 다른 탐사선을 통해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하게 된다.
NASA 과학 임무 담당 토마스 주부큰 부국장은 "닐 암스트롱이 52년 전 '고요의 바다'에서 첫 시료를 채집했을 때 인류가 달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을 새로 쓰는 과정이 시작됐다"면서 "퍼서비어런스호가 예제로 크레이터에서 채취할 첫 시료와 이후 이어질 다른 시료들이 똑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크게 기대한다"고 했다.
수십억년 전 화성에 살았을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기 위해 발사된 퍼서비어런스호는 지난 2월 18일 화성 적도 인근의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했으며, 탐사 준비와 화성 헬기 '인저뉴어티' 시험 비행 지원 등을 마친 뒤 지난 6월 1일부터 1차 과학탐사 여정에 올랐다.
퍼서비어런스호는 현재 착륙지인 '옥타비아 E. 버틀러'에서 남쪽으로 약 1㎞를 이동한 상태다.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약 4㎢에 달하는 예제로 크레이터의 바닥 지역을 탐사한다.
역사적인 첫 시료 채취는 크레이터에 노출된 기반암 중 가장 오래된 암석층이 노출된 '크레이터 바닥 균열 러프'(Cratered Floor Fractured Rough·CF-Fr)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퍼서비어런스를 관장하는 마즈 2020 프로젝트 과학자 켄 팔리 박사는 "현재 우리는 수십억 년 전 과거 환경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NASA는 예제로 크레이터에 물이 들어찼다가 마르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고대 호수가 있어 생명체에 필요한 조건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호는 시료를 채취할 암석을 찾아내면 우선 로버에 장착된 과학 장비를 이용해 현장 분석에 나선다.
2m 길이의 로봇팔을 가동해 암석 마모 도구로 표면을 갈아내 풍화 작용을 겪지 않은 부분을 드러낸 뒤 로봇팔 끝의 회전판에 장착된 유기 물질 및 광물 스캔 장비인 '셜록'(SHERLOC·서식가능 환경 유기물 및 화학물질 라만·형광 스캐닝) 등을 가동해 1차 분석을 한다.
로버 마스트에 장착된 '슈퍼캠'은 암석에 레이저를 발사해 피어오르는 기체도 분석한다.
그런 다음 암석에 구멍을 뚫고 분필 크기의 시료를 채취해 특수용기에 밀봉, 보관한다. 암스트롱이 달에서 첫 시료를 채집하는데는 3분35초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퍼서비어런스가 지구의 과학자들과 교신하며 시료 채취 지역을 결정하고 시료를 채취해 보관하는데는 11일이 걸릴 예정이다.
퍼서비어런스가 화성 탐사를 하며 채취할 시료는 총 43개이며, NASA가 유럽우주국(ESA)과 공동 발사할 탐사선이 수거해 2031년께 지구로 가져오게 된다. 이때가 돼야 수십억년 전 화성에 고대 생명체가 존재했는지를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대 지구화학 교수인 팔리 박사는 예제로 크레이터에서 암석층이 겹쳐있는 작은 벼랑은 호수의 진흙이 쌓여 형성된 것일 수 있다면서 "생물의 흔적을 찾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지만" 퍼서비어런스가 이런 곳에 도착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곳(CF-Fr)의 암석은 유기물 타임캡슐을 발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아니지만 예제로 크레이터가 형성된 뒤부터 줄곧 존재해 온 곳으로, 지질학적 이해에서 틈을 메워주는 매우 가치있는 곳으로 믿고있다"면서 "이는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를 파악하려면 절대적으로 알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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