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못가 자택치료 온가족 위험 노출…의약·식료품 도움 절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온 가족이 코로나19에 걸렸습니다. 도와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일로에 있는 미얀마에서 최대 도시 양곤의 주택 곳곳에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노란 깃발이 걸려있다고 현지 매체가 22일 전했다.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노란 깃발을 거는 움직임은 금주 초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했다.
현재 미얀마는 의료진 및 병상 부족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어도 병원에 입원이 사실상 불가능해 대다수가 집에서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온 가족이 감염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가족 중 누구도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산소통을 비롯해 의약품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식료품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런 어려움을 시민들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깃발 걸기가 제안됐다.
노란 깃발을 창가에 걸어놓으며 집에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이 의약품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흰색 깃발은 식료품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라고 매체는 전했다.
사우스오깔라파 타운십(구)에 사는 띠다(48)씨는 자신은 물론 남편과 14살 난 딸이 모두 열과 기침, 후각 상실 그리고 저산소증 등 코로나19 증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띠다씨는 최근 아파트 창가에 노란 깃발을 걸어 놓았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노란 깃발 운동을 봤다며 "가족이 3명인데 모두 코로나19에 걸려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매체에 말했다.
이후 아파트 문밖에는 누군가 필요한 물품을 갖다 놓았다고 전했다.
탐웨 타운십의 밋따 뉜씨도 모시고 사는 고령의 부모님과 함께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다행히도 어머니와 자신은 회복 중이지만, 아버지가 여전히 산소에 의지해야 해서 노란 깃발을 내걸어 산소와 의약품·식료품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학생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원봉사단이 구성돼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집에서 치료 중인 이들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이들은 무상으로 의약품과 식료품을 전달해주거나, 집을 소독해 주는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얀마는 병원 병상이 포화 상태이고,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의료진은 계속해서 체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런 가운데 군부가 산소공급도 제한하면서 코로나19 환자들이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정 보건부는 코로나19 일일 사망자가 160명 안팎이라고 발표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달 초부터 양곤에서만 하루 600명가량이 숨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군사정권에 맞서는 국민통합정부의 조 웨 소 보건장관도 최근 각종 자료를 취합하면 현재 미얀마 전역에서 하루 1천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숨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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